인터넷 암시장 불법 경마도박 베팅금 '사흘에 3천400억원'
울산경찰청, 18명 검거 7명 구속…계좌 대신 대면거래로 단속 피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인터넷 암시장인 '다크넷'을 악용한 불법 경마 도박프로그램에 주말을 낀 사흘간 3천400억원대의 배팅금이 몰렸다.
울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총괄사장 A(49)씨 등 불법 경마 프로그램 운영자 7명을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 등은 2016년 3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지역본부 격인 6개 부본사와 120여 개 총판을 통해 사설 경마 프로그램인 'KKO'와 'VIP' 등을 운영, 경마가 이뤄지는 금·토·일요일 사흘 동안 경찰 추산 1천억원가량의 사설 마권을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일당이 약 18개월 동안 전국에 유통한 사설 마권 규모는 4조8천억원으로 추산되며, 가장 돈이 많이 몰렸을 때는 주말 사흘간 3천400억원이 거래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등 운영진은 총판으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한 주에 100만원씩을 받았고, 총판들은 각자 모집한 도박행위자들이 배팅해서 잃는 돈을 수익으로 삼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대신 다크넷을 활용한 도박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했다.
구글, 네이버 등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검색되지 않은 다크넷(다크웹)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여러 차례 바꾸고 통신 내용을 암호화하는 특수 프로그램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IP 추적이 어렵다.
익명성이 보장됨에 따라 마약, 무기, 아동 음란물, 해킹 툴, 개인정보 등의 매매가 빈번히 이뤄지는 '인터넷 암시장'으로도 활용된다.
이번에 적발된 프로그램도 총판이 각 도박행위자에게 제공하는 보안인증번호로만 접속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도박행위자들은 실명 가입절차 없이 철저히 총책의 관리 아래에서만 도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도박 자금이나 적중금도 계좌 거래 없이 총책과 행위자가 직접 만나 주고받는 방식으로 경찰 단속을 피했다.
경찰은 한국마사회와 함께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마 도박프로그램을 발견, A씨 일당의 사무실로 사용되던 인천과 수원의 오피스텔을 적발했다.
경찰은 현금과 수표 2억 1천800만원, 서버 등으로 사용된 컴퓨터 18대, 대포폰 70대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인터넷 사이트가 아닌 다크넷을 이용한 경마 도박프로그램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사설 토토 등의 불법 도박사이트는 적발하면 회원이 누군지 등 근거가 남지만, 이 프로그램은 주말 경주가 끝나면 모든 근거가 삭제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총판별로 20∼70명의 도박행위자를 관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규모는 추산이 어렵다"면서 "도박행위자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경마도박을 해왔던 사람들로, 한주에 1천∼3천만원의 거액을 베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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