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마운드 희망 윤영삼과 나이트 코치의 운명적 만남
나이트 1군에서 말소된 날 윤영삼 데뷔
'나이트 표 싱커' 전수하고 활약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우완 투수 윤영삼(25)은 이번 시즌 넥센 히어로즈가 발굴한 원석이다.
윤영삼은 16경기에서 37⅓이닝을 소화해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롱 릴리프 역할을 소화하는 윤영삼은 팀 마운드 허리 역할을 든든하게 해준다.
2011년 프로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이 딱 1경기뿐이었던 윤영삼이 어엿한 1군 선수로 거듭난 데는 브랜던 나이트(42) 코치의 역할이 컸다.
윤영삼과 나이트 코치의 인연은 3년 전 시작됐다.
2012년 KBO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던 나이트의 1군에서 마지막 날은 2014년 5월 6일이었다.
당시 나이트는 목동 NC 다이노스전에서 4⅓이닝 11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고, 넥센은 등판 다음 날인 7일 그를 말소하고 윤영삼을 1군에 등록했다.
처음 1군에 올라온 윤영삼은 바로 그날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데뷔전은 악몽이었다. 일찍 무너진 문성현을 구원해 3회 등판한 윤영삼은 NC를 상대로 4이닝 11피안타 3피홈런 12실점으로 악전고투했다.
6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난 그 날 경기에서 윤영삼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팀은 5-24로 대패했다.
윤영삼은 "처음에는 NC 모자의 'D'만 봐도 치가 떨리더라"며 데뷔전이 그에게 상처가 됐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시즌 윤영삼이 NC전 2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게 더욱 뜻깊다.
데뷔전 다음 날 1군에서 제외된 윤영삼이 1군 마운드에 복귀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하던 중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2016년 수술과 재활로만 시간을 보낸 뒤 올해 넥센에 복귀해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화성에서 윤영삼을 반긴 건 나이트였다. 2016년부터 넥센 2군 투수 코디네이터로 활약한 나이트는 윤영삼에게 자신의 가장 큰 무기였던 싱커를 전수했다.
윤영삼은 "재활을 마치고 처음 마운드에서 던지니 시속 128㎞밖에 안 나왔다. 크게 좌절했다. 이때 2군에서 나이트 코치님이 짧게 던지는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꿔보도록 권유했다. 변화구를 배운 것도 그때"라고 말했다.
윤영삼은 나이트 코치에게 배운 공을 싱커가 아닌 포크볼이라고 부른다.
그는 "나이트 코치님한테 배운 포크는 그립이 다르긴 하지만, 코치님의 현역 시절 싱커와 움직임이 비슷하다. 똑바로 가다가 우타자 몸쪽에서 떨어진다"며 "코치님은 그냥 싱커라고 불러도 된다고 하는데, 난 포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침 윤영삼 옆을 지나가던 나이트 코치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갔다.
'지도자 나이트'가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인 윤영삼은 그렇게 1군에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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