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집권후 탄도미사일 정상각도로 가장 멀리 쏴(종합)
2천700여㎞ 비행해 日상공 통과…전문가 "괌타격 능력과시"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영재 기자 = 북한이 2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한 것은 태평양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는 등 다목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여㎞로 2천700여㎞를 29분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3천여㎞인 점에서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각도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이번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북한은 그간 주변국 피해 여부를 감안해 '고각 발사' 방식을 택해왔다. 지난 7월 28일 밤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때는 고각 발사로 미사일은 최대 3천720여㎞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 고각 발사로는 이때가 가장 높이 솟았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사거리 4천500∼5천㎞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또는 사거리 3천㎞의 무수단(화성-10) 미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행 거리로 볼 때 사거리 3천㎞로 추정되는 '북극성-2형'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와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사거리가 제일 긴 것 같다"면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처음으로 정상 궤적으로 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 상공 통과 때 고도가 통상 영공인 100㎞를 넘었다"면서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한 화성-12 미사일이 유력하고 무수단 미사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일 괌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 네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화성-12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해 사거리 3천356.7km를 1천65초간 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지난 14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당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격을 유보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이 괌으로 발사되면 즉각 요격하는 등 군사대응 태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이 괌 사격 계획을 유보하자 북-미 대화 가능성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장영근 교수는 "괌을 포위사격한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굽히고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낙하하도록 한 것은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유사시 한반도 증원전력 출발지인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패트리엇(PAC-3) 미사일 4기를 화성-12 통과 예상 서부지역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동북지역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동해에 떨어졌다.
북한이 괌 방향으로 발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일본의 미사일 요격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괌을 타격하겠다고 한 계획을 우회적으로 실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현재 2부 연습이 진행 중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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