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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식민지 역사전쟁' 가열…쿡 선장 동상 훼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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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식민지 역사전쟁' 가열…쿡 선장 동상 훼손도

하이드 파크 내 역사기념물들에 낙서…총리 등 주요 인사도 가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사회에서 영국의 식민지 시절 역사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에서 원주민과의 화해나 사회통합을 위해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연방 총리가 스탈린식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박한 가운데 시드니 한복판의 대표적인 공원에 들어선 역사적 인물들 동상이 훼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8일 공영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주말 새벽인 지난 26일 오전 2시 25분부터 50분간 한 남성이 시드니 중심부의 하이드 파크에 서 있는 동상들을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했다.

선글라스를 쓴 이 남성은 호주대륙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 초기 식민지 시절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초대 총독 래클런 맥쿼리(1762-1824),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 동상에 낙서했다.

이 남성은 이들 동상에 "(사실상의 건국기념일인 '호주의 날') 날짜를 바꿔라"라거나 "집단학살에 자부심은 없다"라고 커다랗게 썼다.

이 남성은 또 하이드 파크 내 다른 기념물과 의자들을 비롯해 인근 번화가인 마틴 플레이스 등에도 낙서를 남겼다.

관할 당국은 신고를 받은 대로 낙서 제거 작업에 들어갔으며, 호주 경찰도 동상을 훼손한 남성의 사진을 공개하며 추적에 나섰다.

호주에서는 현재 영국함대가 호주대륙에 처음 도착한 1788년 1월 26일을 '호주의 날'로 기념하고 쿡 선장 동상에 "1770년에 이 영토를 발견했다"는 글귀를 써넣은 데 대해 원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라며 수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역사 논쟁이 동상 훼손 사태로 이어지자 맬컴 턴불 총리는 26일 "비겁한 범죄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호주인 대부분은 역사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에 경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턴불 총리는 전날에도 역사의 일부를 지우려는 "스탈린식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원주민 출신인 공영 ABC 방송의 원주민담당 에디터인 스탠 그랜트도 "민주적이고 정중한 방식으로 대화할 수 없다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훼손 행위를 "반달리즘"(공공기물 파괴행위)이라고 비난했다. 그랜트는 쿡 선장 동상에 새겨진 "발견했다"는 글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번 역사전쟁을 불붙게 했다.

이런 가운데 북부준주(準州)의 행정책임자인 마이클 거너 수석장관은 '호주의 날'이 식민지 시절 원주민에 대한 폭력 행사를 인정하는 날이 돼야 하고 역사적 장소나 기념물의 내용 수정에도 동의한다며 이번 논란에 가세했다.

또 하이드 파크를 관리하는 시드니 카운슬 측이 10여 명의 원주민 인사들로 구성된 카운슬 원주민자문위원회에 이번 사안과 관련한 조언을 요청해 놓고 있어 이번 역사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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