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로 사망 STX조선 물량팀 4명 쓸쓸한 장례식(종합)
사고 8일만…유족·노조 "정부가 안전 챙기고 위험 사업장 다단계 도급 금지해야"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김동민 기자 = STX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로 숨진 4명에 대한 장례가 28일 진행됐다. 사고 발생 8일 만이다.
이날 오전 7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임모(53)씨 장례부터 시작됐다.
발인은 유가족 등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유가족들은 눈에 눈물이 맺힌 채 말 없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어 8시 30분부터 10시께까지 엄모(45)·박모(33)·김모(52) 씨 등 한순간 폭발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에 대한 장례 절차가 차례로 진행됐다.
가족단위로 진행된 발인식에서 고인의 어머니들이 오열을 토해내긴 했지만 다른 유가족들은 대부분 빨개진 눈으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이날 한 유족은 "생각지도 못하게 가족을 보내서 너무 아픈데 유가족이 전적으로 사측과 (보상) 협의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며 "정부 차원의 산재 보상 시스템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STX조선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 사고 재발을 위해 나선다고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며 "정부가 대형 사고 위험이 있는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안전 점검을 하는 등 정부에서 안전을 챙긴다는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발생 8일째 이뤄진 장례 절차는 전날 유족과 STX조선 사내 협력업체 K기업이 보상과 관련, 합의를 이룸에 따라 진행됐다.
숨진 4명은 실제로는 K기업 물량팀장이 대표로 있는 M기업이 고용한 물량팀 소속이지만, K기업이 STX조선과 도장작업을 하기로 공식 계약한 업체여서 합의에는 K기업이 참여했다.
사망자들에 대한 보험 역시 K기업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은 합의 당시 안전 사고 재발 방지 등을 당부했고, STX조선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체 안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STX조선 측은 "K기업이 지급하는 산재·재해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안전 점검을 한 뒤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 "물량팀은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안전 보건 조치를 기다릴 새 없이 현장에 바로 투입된다"며 "특히 중대 재해가 유발될 위험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다단계 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에서는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RO) 탱크에서 폭발이 발생,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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