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째 이재민 신세"…청주 물난리 185가구 경로당 '전전'
사흘에 한번꼴 내린 비에 폭우 피해 주택 도배·장판 교체 못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사는 이모(79)씨 부부는 폭우 피해 40여일이 되도록 아직 이재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집이 물에 잠겨 가재도구가 쓸모 없게 된 이후 지금껏 마을 경로당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폭우가 내린 뒤에도 연일 비가 내리면서 벽지를 새로 갈고 장판을 교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벽이며 방 바닥이 습기 탓에 축축해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한들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는 처지다.
청주에는 지난달 16일 29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기상관측 이래 1995년 8월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양이었는데, 침수된 주택은 무려 830가구나 됐다.
청주시는 이 가운데 저소득층 421가구의 도배·장판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한부모 가정, 차상위 계층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
침수 가구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들은 도내 3개 건설업체도 1억5천만원가량의 도배·장편 지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폭우 직후 대대적인 복구가 시작됐지만 25일까지 벽지·장판 시공을 끝낸 가구는 236가구에 불과하다.
당초 청주시는 421가구에 대한 도배·장판 지원을 이달 말까지 모두 끝낼 계획이었으나 연일 비가 내리면서 부득이하게 늦춰질 수 밖에 없었다.
벽이나 방바닥이 젖은 상태에서 도배하거나 장판을 깔면 곰팡이가 핀다. 침수 때 고장 난 보일러를 틀지 못해 벽이나 방바닥이 마르지 않다 보니 복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폭우가 내린 이튿날인 지난달 17일부터 지난 25일 사이에 비가 온 날은 무려 27일에 달한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은 41일 중 고작 14일 뿐이다.
이런 탓에 벽지나 도배·장판 작업이 끝나지 않은 가구가 185가구나 남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친척 집에서 살고 있고 일부는 벽지가 다 벗겨지고 바닥이 축축한 흉가 같은 집과 경로당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집안에서는 퀴퀴한 곰팡내가 가시지 않았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나서면서 도배·장판 지원사업은 중단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가구당 15∼20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벽지·장판 시공을 도운 자원봉사자는 무려 2천800명이나 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피해 가구에 대한 도배·장판 시공을 조속히 마무리해 수재민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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