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재개 관측…단순 수혜자 아닌 적극 가담자 입증 여부가 관건
이재용 재판서 '특검에 유리한 증언'한 점은 변수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수뇌부가 25일 뇌물공여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5가지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돼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를 향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재판에서 정씨가 최대 수혜자였던 삼성의 독일 승마 지원 부분과 '말 세탁' 부분이 대부분 유죄로 인정돼 지난 6월 20일 2차 구속영장 기각 이후 주춤했던 검찰의 정씨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정씨는 모친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국가대표 승마 지원금 명목으로 받은 약 78억원을 사유화하고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비타나V' 등 말 세 마리를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 세 마리로 바꾸는 '말 세탁'을 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수사를 받았다.
애초 정씨를 향한 검찰 수사는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비리(업무방해)와 청담고 허위 출결 처리(공무집행방해)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강제송환 이후에는 초점이 삼성 승마 지원으로 옮겨졌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의 승마 지원금 78억원 가운데 차량 구매 대금 5억여원을 제외한 72억원가량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게 제공된 뇌물로 판단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고 나서 진행된 복잡하고 은밀한 말 소유권 이전이 뇌물수수를 은폐하기 위한 범죄수익은닉 행위라고 봤다.
검찰은 정씨가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측의 뇌물수수 합의 과정에까지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승마 지원이 이뤄진 2015년 8월부터는 '이상한 거래'의 최대 수혜자이자 적극 가담자로 의심했다.
특히 그가 코어스포츠(현지명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로 개명)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삼성 측의 급여를 받았고, '말 세탁'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점에서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적극 가담자'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씨 구속영장 청구 후 법원 영장심사 과정에서도 정씨를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규정하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검찰이 조만간 보강 수사에 본격적으로 다시 나서도 정씨의 범행 관여 정도를 더욱 명확히 밝혀내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원은 앞서 2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말 세탁' 등 범행 과정에서 정씨의 구체적인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이번 재판에서 정씨가 '깜짝' 증인으로 나가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특검 측에 유리한 증언을 내놓은 점을 검찰이 일정 부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향후 특검의 2심 공소유지 및 재판 대응 과정에서 정씨의 증언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수사 진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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