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대형 산사태로 8명 실종…"규모 3 지진 강도"(종합2보)
400만㎡ 바위·토사 흘러내려…산사태 경보 울려 주민들 긴급 대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스위스 남동부 산간 마을을 '규모 3' 지진에 맞먹는 강도의 산사태가 덮쳐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경찰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발 본다스카 지역에서 23일 일어난 산사태 이후 8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발 본다스카는 이탈리아 북부와 국경을 맞댄 산악 지대다.
실종자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국적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이킹 또는 등반에 나섰다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또 다른 5∼6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해 이번 산사태로 인한 실종자가 최대 14명에 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경찰은 추후 뒤늦게 실종이 우려됐던 6명은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 실종자 수는 당초처럼 8명이라고 정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23일 오전 약 400㎡에 달하는 토사와 바위, 진흙이 이 일대를 덮쳐 가옥과 축사 수 십 채가 파손됐다.
이 같은 산사태의 강도는 사람들이 진동을 느끼고, 물건이 흔들리는 '규모 3'의 지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근 몇 십 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산사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여겨진다.
산사태 발생 초기에 산사태 위험 경보가 울린 덕분에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130㎞ 떨어진 본도 마을의 주민 100여명이 긴급 대피하고, 이 지역에서 하이킹을 하던 사람 30여 명은 헬리콥터 등으로 구출돼 화를 면했다.
이 마을에는 5년 전 유사한 산사태가 일어난 이후 산사태 경보 시스템이 설치됐다. 당시 산사태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계곡에서 일어나 큰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이 지역의 날씨가 지난 며칠 간 좋았다며 산사태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독일 dpa통신은 해발 3천369m의 피츠 체냘로 봉의 대규모 암석 지대가 느슨해지며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산사태 직후에는 인명 피해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가족들의 신고로 산사태 당시 본다스카 계곡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리아 외교부는 오스트리아 부부가 발 본다스카 실종자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당국은 경찰, 소방관, 군인이 망라된 120여명 인력과 탐지견, 스위스 군용 헬기를 동원해 이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 지역에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점을 고려해 휴대전화 신호 감지 장비도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당국은 아울러 추가 산사태를 우려해 본도 마을을 25일 아침까지 봉쇄 조치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인근 교회와 호텔 등지로 흩어져 귀가를 기다리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