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아·전염병·테러…예멘은 그렇게 죽어간다
공습에 사회기반시설 파괴·정부기능 마비…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 처해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세계 최빈국 예멘이 2년 6개월에 걸친 내전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예멘이 계속되는 포격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정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기능이 마비되면서 기아와 전염병에 시달리는 등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빠졌다고 전했다.
예멘에서는 '아랍의 봄'의 여파로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하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이 2012년 초 실각한 뒤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축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어진 아랍동맹군의 공습은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 내전으로 지금까지 8천여명이 숨졌고 4만5천여명이 부상했다.
포격으로 주요 항구, 교량, 병원, 하수시설, 공장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예멘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또 아랍동맹군이 사나 국제공항을 1년 넘게 폐쇄하면서 민간에서 물자를 수입하지 못하게 됐고 국제구호기구의 인도적 지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 간호사, 하수시설 기술자 등 위기 상황에서 필수적인 전문 인력은 물론 공무원들도 1년 넘게 급료를 받지 못해 여러 사회 기능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하수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오염된 우물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시민이 많아졌고, 배설물에 오염된 물과 음식물 섭취로 감염되는 전염병 콜레라가 창궐했다.
콜레라는 선진국에서는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영양실조가 만연한 예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올해 4월 콜레라가 창궐한 이후 석달간 사망자만 2천명, 감염자는 54만2천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50년 이래 세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예멘에서 콜레라 감염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2010년 강진 이후 최소 75만 명의 감염자를 낸 아이티에 맞먹는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엔은 예멘의 상황은 1천만 명 이상이 즉각적인 원조가 필요한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앞으로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국제구호기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지원 역시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유엔은 올해 예멘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은 23억 달러(약 2조6천억원) 규모지만 이 중 41% 정도만 모금됐다고 밝혔다.
최대 원조국 가운데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예멘 내전 개입국이 포함돼 있다. 이들 국가는 원조금보다 더 많은 돈을 이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도 주요 원조국 가운데 하나로, 내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아랍동맹국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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