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권좌'에도 집권연장 노린 캄보디아 총리, 걸림돌 솎아내기
시민단체·언론사 활동 제동…"정당한 법집행" vs "민주주의 퇴행'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내년 7월 총선을 앞둔 캄보디아 정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정부에 비판적인 외국 민간단체와 언론사의 활동이 관련 법규 위반이나 세금 체납 등의 이유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32년째 권좌에 앉아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집권연장의 길을 닦기 위해 비판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외교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민주주의연구소(NDI) 활동을 중단시키고 일주일 안에 NDI의 외국인 직원들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NDI가 2015년 제정된 비정부기구(NGO)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을 해야 하지만 작년 6월 외교부가 요구할 때까지 등록하지 않았다"고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NDI는 미국 민주당과 연계된 비영리단체로, 캄보디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 증진과 선거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중계하는 자국 라디오 방송국 2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RFA와 VOA가 그동안 납세와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이런 조처를 내렸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는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지난 10년 치 체납세금 630만 달러(71억 원)를 9월 4일까지 내든지 아니면 문을 닫으라고 통보했다.
캄보디아데일리는 1993년 미국 언론인 버나드 크리셔가 설립한 일간지로, 캄보디아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캄보디아 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조했지만 다수당이 총리는 배출하는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지지세 확대로 방빅의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몇 주일 사이에 캄보디아의 민주적 환경이 악화한 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2018년 캄보디아 총선이 자유롭고 개방된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캄보디아 정부가 NDI, 캄보디아데일리, 시민단체들의 중요한 활동을 허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 메아스 니는 캄보디아데일리에 "캄보디아 집권당이 (내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더는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캄보디아 정부는 국민에게 많은 권리를 주면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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