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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공직자는 설명 의무 있어…짜증이 아니라 질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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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공직자는 설명 의무 있어…짜증이 아니라 질책"(종합)

류영진 식약처장 겨냥해 "여기 안 오신 어떤 분한테 미안한데…"

관세청장 등 차관급 16명에 임명장…총리 수여는 문민정부 이후 '처음'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차관급 공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공직자는 국방·근로·교육·납세라는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 그걸 충실히 못 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 했다는 것 못지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 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면서 "이것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앞서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신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관세청장 등 차관급 공직자 16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총리는 "설명의 의무를 다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감수성 ▲정성과 정량 ▲준비를 꼽았다.

이 총리는 "국민이 뭘 궁금해하고 뭘 불안해하고 뭘 못 믿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어떻게 설명해야 국민이 덜 분노할지, 불신과 의심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지 알아야 한다. 거의 본능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걸 사회적 감수성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감수성) 그것이 무딘 분은 정말 어려운 분야가 공직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또 "정성적 접근과 정량적 접근을 배합해야 한다. 정량이 없는 정성만의 접근은 공허하기 쉽고, 정성이 없는 정량만의 접근은 딱딱하거나 설득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예로 들면서 "여기 안 오신 어떤 분한테 미안한데 (식약처장이) '계란 잡숴도 괜찮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2.6개씩 죽을 때까지 먹어도 괜찮습니다'라고 그랬다"며 "어떤 계란을 그렇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그럼 괜찮다는 말은 무슨 말인지 질문을 했고, 또 그렇다면 왜 전량 폐기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공직자의) 설명이 막혔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정성적 접근이 너무 압도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괜찮은데 왜 전량 폐기를 하나, 꼭 입맛 떨어지게 하는 얘기를 하며 잡수라고 하는 게 안 맞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개인에게 가장 정상적인 바람직한 건강 상태를 100이라고 보고, 현장에서 즉시 사망할 정도를 0이라고 친다면, 0.1이 넘지 않는 영향을 주는 것을 저희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희는 그 0.1마저도 0으로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려 한다'라고 설명했으면 더 알기 쉬웠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류 처장에게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꼬치꼬치 질문을 던졌고, 류 처장이 잘 대답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책했고, 류 처장은 국회 답변과정에서 그 질책을 '짜증'이라고 표현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총리는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한다. 덤벙 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한다. 준비해야 한다"며 "대면 접촉의 기회가 점점 줄고, 소통의 방식이 세대마다 완전히 다르다 보니 (공직자의) 설명역할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이날 임명장을 받은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게 "국민 앞에 나설 때는 어떻게 말해야 되는가, 하는 것을 공무원교육 커리큘럼에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진실을 말하되, 국민의 의심이나 불신을 한방에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가장 쉬운 말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설명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각 부처 차관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는 그동안 대통령이 했으며, 국무총리가 수여한 것은 문민정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는 배우자들도 함께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국무총리의 역할을 중요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왜 똑같은 차관급인데 누구는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주시고 누구는 안 그런가. 운이죠. 그런 게"라며 "초기에는 상징적으로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수여하시고 터를 닦아놓았으니 그다음에는 총리가 일상적인 일을 한다고 생각해달라. 순전히 본인의 관운이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총리는 "여러분이 맡으신 기관마다 오래된 숙제들이 있을 거다. 재임 중에 그 숙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철없는 사람이죠"라고 재차 웃음을 터뜨린 뒤 "그러나 도전은 해주셔야 한다. 시작해주세요"라고 독려했다.

이어 "적폐청산'이라고 그러면 좀 공격적인 느낌도 들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피해 의식을 가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느낌을 준다"며 "그래서 '오래된 숙제'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그걸 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숙제가 그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누적됐다는 뜻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라며 "완성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부터 어쩌면 영원히 계속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일이다, 이런 마음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 대상은 지난 7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임명된 차관급 공무원 30명 중 16명이며, 나머지 14명은 오는 29일에 수여할 예정이다.

이 총리가 이날 임명장을 수여한 공직자는 김영문 관세청장, 박춘섭 조달청장,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김재현 산림청장, 성윤모 특허청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감사원 왕정홍 사무총장과 김진국 감사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허욱·표철수 상임위원,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오동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김현종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이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오는 29일 임명장 수여 대상에 포함돼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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