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시골학교들 잇따라 자율 통합
충북 미봉초·양강초, 수정초 삼가분교·본교와 통합 결정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충북 소규모 시골학교들이 잇따라 자율 통폐합을 결정하고 있다.
마을의 구심점인 학교를 폐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충북도교육청은 김병우 교육감 부임 이후 인위적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지는 않고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의 뜻을 존중해왔다. 이번 학교 통폐합 결정도 주민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이룬 것이다.
2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1944년에 개교해 그동안 3천14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영동군 양강면 미봉초등학교는 지난달 8㎞ 떨어진 양강초등학교와의 통합을 결정했다.
학부모 15가구 중 14가구가 찬성했으며 주민·동문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통합을 지지했다.
미봉초 재학생은 16명, 양강초는 42명이다.
비슷한 시기 보은군 속리산면의 초미니학교인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도 본교와 통합하기로 했다.
학부모 4명 중 3명이 통폐합에 찬성했다. 지역주민과 동문, 교직원, 보은지역 교육 관계자를 포함한 전체 112명 가운데 85.7% 9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1946년 개교한 삼가분교는 그동안 1천25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령인구가 줄어 지금은 학생 수가 6명뿐이다. 그나마 1학년과 6학년 학생이 없어 2·5학년과 3·4학년 복식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11.7㎞ 거리의 수정초 재학생은 27명이다.
통합 양강초와 수정초는 관련 조례 개정 등 작업을 거쳐 내년 3월 출범한다. 현 미봉초와 삼가분교 학생들은 통합버스를 이용해 통학하게 된다.
김 교육감 체제 이후 소규모 학교 자진 통폐합 사례는 괴산군 불정면의 목도초등학교(추산초+목도초), 단양군 대강면 대강초등학교(대강초 장정분교+대강초)에 이어 4번째이다.
도교육청은 경제논리를 앞세운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에는 반기를 들고 있다. 다만 미니학교 학생들이 교육과정 운영상 또래 아이들과 비교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
시골학교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한참 운동장에서 공도 차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가 친구가 없어 조용히 지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율통합 대상 학교 주민과 동문으로서는 학교 폐지가 무척 서운한 일이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이 최근 목도초·대강초에 재학 중인 옛 추산초·장정분교 학생 22명과 이들의 부모 22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 59.1%와 학부모 100%가 통합한 학교생활에 대체로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학생의 40.9%는 "보통"이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은 통합 후 좋아진 점으로 '친구들이 많아진 것(45%)', '다양한 교육활동(27.5%)', '많은 친구와의 공부 및 좋은 학교시설·환경(각 12.5%)'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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