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 피닉스서 수천명 찬반시위…충돌위기 간신히 모면
"증오 내뱉는 트럼프 방문은 모욕" vs "무지가 트럼프 반대 부채질"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연설을 한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비판 시위대와 이에 맞선 지지자 수천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시위대와 경찰,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간에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으며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연설을 한 피닉스 컨벤션센터 주변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최루탄과 고춧가루 스프레이가 나오는 '페퍼볼(pepper ball)'을 발사하면서 수백 명이 눈물, 콧물을 훔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경찰에 대한 공격 등의 혐의로 4명이 체포됐다.
피닉스 경찰 당국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과 물병을 던졌다면서 2명의 경찰관이 열사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거리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쳤으며 헬기를 띄워 해산을 종용했다. 또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간 정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양측을 떼어놓는 데 주력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과잉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에서 온 요르단 라우터바흐(31)는 "평화적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비난받을 만하다"면서 "오늘 밤 견해를 표출할 권리를 행사한 데 대해 최루탄 가스를 맞았다. 역겨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정면 충돌할 뻔했다.
한 트럭운전사가 나치를 찬양하는 행동을 하자 이에 격분한 시위대가 집단으로 트럭에 몰려가 고함을 지르며 비난했다. 이를 모면하려고 운전사가 트럭을 움직이면서 아찔한 상황이 빚어졌으나 경찰이 트럭을 제지했다.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슬로건을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인 토레스(41)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를 내뱉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은 자유를 사랑하는 미국인으로서 나에게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퇴역 군인인 지미 뮤노즈(72)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도덕적 감각이 없는 대통령"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것을 좋아하고, 최악의 본능에 호소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퇴역 군인 킴 폴리는 기자들에게 권총을 보여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피닉스에 왔다"면서 "무지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최후 방어선이고, 아무도 또 다른 샬러츠빌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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