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교사 1심 징역형 불복 항소…'훈육 vs 학대' 공방 2라운드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흡연지도 등의 훈육을 빌미로 중학생을 체벌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1심 징역형에 불복해 항소, '훈육이나 학대냐'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재점화됐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중학교 교사 A(52) 씨가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1심에서 A 교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검찰도 일부 무죄 판단한 1심의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A 교사는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교사직을 잃는다.
중학교 체육 교사 겸 학생부장인 A씨는 2014년 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6개월간 B군과 C군에게 엎드려뻗쳐, 오리걸음, 방과 후 운동장 뛰기, 청소 등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흡연 여부 확인을 위해 지속해서 소변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6개월간 40여 일에 걸쳐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교사에게 체벌을 당한 중학생 B군은 2014년 9월 12일 자신의 집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군이 편지지 1장에 남긴 메모에는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다', '선생님이 벌주고 욕해서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현직 교사에게 아동복지법상 가혹 행위를 처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교사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이 사건은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A씨의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가 과연 정당했는지를 놓고 2년여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교사로서 해당 학생의 계속된 흡연에 대해 교육 목적으로 한 흡연지도였다"며 "그 행위의 방법과 정도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인 만큼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A씨의 공소사실 60여 가지 중 일부는 '진술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는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지난 16일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6개월간 40여일에 걸쳐 이뤄진 흡연지도로 피해 학생들은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징계를 받으러 학교에 가는 상황이 장기간 유지됐다"며 "이는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징계는 과도했고, B군의 자살 동기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사의 자격을 잃는 형량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징계지도 내용이 아닌 부분이 걸러지지 않은 채 기소된 점도 인정된다"며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한 피고인의 태도가 반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과다하다"고 설명했다.
A씨와 검찰의 쌍방 항소로 진행될 이 사건 항소심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교육계의 관심이 항소심 재판부에 쏠린다.
A씨에 대한 항소심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항소부에서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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