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61.15

  • 3.48
  • 0.14%
코스닥

743.38

  • 9.86
  • 1.34%
1/3

[사진톡톡] 매일 '대신 죽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사진톡톡] 매일 '대신 죽는 연습'을 하는 사람들

대통령 최측근 청와대 경호관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2014년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쓰리 데이즈'는 청와대 경호관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최측근인 경호관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그들의 활동과 음모, 희생 등을 다뤘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청와대 경호관이 우리 가까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더는 '그들만의 세계'가 아닙니다.

지난 대선 유세 때는 문재인 후보를 밀착 경호했던 한 경호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적도 있습니다.

최영재 경호관. 특전사 출신의 두드러진 외모 덕에 네티즌의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미국의 뉴욕포스트가 그를 조명하는 기사를 쓸 정도였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임명한 참모들에게 '외모 패권주의'라는 별명을 붙여준 적이 있습니다. 이 별명의 원조가 최 경호관인 듯합니다.

하지만 최 경호관은 문 대통령 당선 후 여러 사정으로 청와대에 입성하지는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선임한 첫 인사들 가운데 화제가 된 인물 중 한 명이 주영훈 경호처장이었습니다.

1984년 경호실 공채로 입사해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전문 경호관입니다.


참여정부 때 경호실 '가족부장'을 맡아 관저 경호를 담당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에는 봉하마을에 내려가 경호팀장을 맡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권양숙 여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그림자'가 된 후에는 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기념사진 촬영일 정도로 '열린 경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청와대 경호관은 항상 대통령 가까이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므로 뉴스를 통해 대중의 시선을 자주 끌 수밖에 없습니다.

점점 전문직으로 인정받으며 인기 직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공개 채용으로 선발됩니다. 필기시험과 체력검정, 면접, 논술시험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외국어, 특히 영어 실력의 중요성이 강조돼 무도 실력은 오히려 부수적인 채용 조건이 될 정도라고 합니다.

일의 성격과 사명감, 안정성 높은 공무원으로 알려지면서 채용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업무에 숨은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일까요? 한 문장으로 말하면 '대신 죽는다'입니다.

경호관들은 출근 때마다 이 문구를 되새긴다고 합니다. 늘 도사린 긴장 속에 비장한 각오와 책임감을 다지는 일이 직업의 소명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은 1963년에 창설됐습니다.


비록 역사가 길지 않고 인원도 많은 편이 아니지만, 청와대 나름의 뛰어난 교육시스템과 선진화된 기법 체계화로 현재는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사격, 무도, 체력, 어학 등의 실무 소양은 물론 법학, 행정학, 경호학, 경비학, 범죄심리학, 대테러학 등의 이론 교육도 반복한다고 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청와대 경호기법을 배우기 위해 직접 방문해 견학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호실은 기억에 선명한 불우한 역사가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호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아래 왼쪽)은 10·26사태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궁정동 현장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됐습니다.

경호실 역사에 큰 오점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 내외를 초청해 경호 시범 행사를 엽니다. 실제상황을 가정해 매우 절도 있는 위기 극복 과정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실력이 이 정도니 믿어도 됩니다'라는 일종의 홍보활동입니다.


2003년 5월, 경호 시범 참관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이 사격장을 방문해 실탄 권총 사격을 해보는 아래 사진은 꽤 인상적입니다.


대통령 외부행사를 가면 곳곳에서 경호관을 보게 됩니다. 재래시장이나 탁 트인 장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경기장 같은 곳에서는 당연히 경호의 강도와 긴장이 높아집니다.

의외의 장소에서 낯선 모습으로 위장한 낯익은 경호관의 얼굴을 보기도 합니다.


그중 언론에 보도돼 잘 알려진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대통령의 야구장 시구 행사입니다.

야구장은 관중이 많이 몰리는 장소인 데다, 시구를 위해 경기장에 온전히 몸을 드러내는 일이어서 경호 입장에서 긴장감이 매우 높은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서 밝혀진 '영업 비밀'이 대통령 시구 때 옆이나 뒤에 선 심판 중 한 명이 바로 청와대 경호관이라는 점입니다.

아래는 역대 대통령의 시구 장면입니다.


앞서 말한 최 경호관과 주 경호처장을 제외하면, 올해 초 화제가 된 경호관이 한 명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출석 때 수행 경호를 맡았던 전 모 경호관이었습니다.


전 경호관이 화제가 된 이유는 그의 예전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초,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테러 시범 때 그는 주요 시범 요원으로 등장해 출중한 실력을 뽐냈습니다.

경호실 내 엘리트 중 한 명으로 보면 됩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구속수감 전까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경호관은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는 전문직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고된 긴장 속에 사는 직업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매일 목숨을 거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돌발상황이든 평시상황이든 경호관은 그들의 목숨을 '정부'에 걸어야 합니다. '정권'에 생명과 충성을 바치기 시작하면 차지철 경호실장 같은 불행한 역사가 일어납니다.

doh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