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규모 무기전시회에 북한 대표단 참석
모스크바 주재 무관부 고위인사·민간인…1만8천여점 전시장 둘러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북한 간의 '말 폭탄 전쟁'에 뒤이은 한반도 긴장이 여전한 가운데 북한 군인과 민간인들이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무기·군사장비 전시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모스크바 인근 쿠빈카 지역의 '파트리옷'(애국자) 군사공원에서 22일(현지시간) 연례 무기 전시회인 '국제군사기술포럼 군(軍)-2017(Army-2017)'이 개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포럼 개막식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군사기술포럼이 러시아 군수산업의 성공과 러시아군의 위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직접 참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연설에서 "포럼이 무기와 군사기술 장비 등을 전시하는 권위 있는 국제 행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올해 3회째로 오는 27일까지 엿새 동안 계속되는 포럼에는 1천 개가 넘는 러시아 방산업체와 아르메니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중국·파키스탄 등의 70여개 외국 업체들이 내놓은 1만8천500점 이상의 무기와 군사장비가 전시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최신형 탱크 '아르마타', 지대공미사일 '판치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토폴' 등을 비롯해 각종 전차와 탱크, 미사일 시스템과 다연장포, 전투 헬기 등의 첨단 무기들을 내놓았다.
주최 측은 특히 전시회장 인근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탱크와 다연장포, 전투 헬기 등의 실사격 훈련 모습을 공개해 언론과 관람객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러시아 국방부는 100개국 이상의 대표단이 전시회장을 찾을 것이라면서, 첫날에만 3만5천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도 첫날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 무기에 대한 큰 관심을 표시했다.
윤동현 인민무력성 부상(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던 지난해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 무관부에서 2명의 군 고위인사가 대표로 참석했고, 전시회장을 둘러보는 민간인 5명의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 측 인사들은 전시회장을 찾은 이유와 최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완강히 손사래를 치며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의 끈질긴 질문이 계속되자 카메라를 손으로 밀치며 흥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 인사들의 무기 전시회장 방문은 최근 옛 소련권인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유출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루어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옛 소련권 국가의 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주장은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불거졌다.
NYT는 지난 14일 북한이 지난달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엔진을 암시장에서 조달했다면서, 공급처로 과거 러시아와 연계된 우크라이나 로켓 생산업체 '유즈마슈'가 지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같은 NYT 보도를 반박하면서 유즈마슈 등이 러시아로 공급했던 우주개발용 로켓과 로켓 엔진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 탄도미사일 제작에 이용됐을 수 있다며 러시아에 화살을 돌렸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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