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둔 독일 사민당 부진…"유럽 중도좌파의 위기"
전통지지층 노동자들 변심…러스트벨트에선 이제 표퓰리스트 지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다음 달 24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 노동자들이 전통적 지지정당인 사회민주당(SPD·사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사회 정의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주요 이념으로 내세운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블루칼라 노동자가 주요 지지층을 형성했다.
특히 광산·철강산업이 주를 이루는 독일 최대 공업지대인 루르 지역 등에서는 사민당은 전통적으로 압도적 우세를 보여왔다. 이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사민당에 입당하는 것이 관례일 정도로 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사민당이 당의 정강과 달리 친시장주의 노선으로 갈아타면서 이에 실망한 노동자들이 사민당에 등을 돌리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정당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지난 5월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주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에 밀려 패배한 것이 노동자들의 변심을 방증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인구 1천800만의 최대인구주이자 사민당 텃밭으로, 사민당은 이 지역을 지난 46년간 장악해왔다.
독일경제연구소(DIW)도 최근 사민당 지지층이 블루칼라 노동자에서 화이트칼라 근로자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며 사민당 지지자 중 일반 노동자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반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당)의 노동자 유권자 비율은 3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사민당 지지층이 투표권을 포기하거나 노동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포퓰리스트 정파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민당이 노동자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추진했던 노동·복지 개혁이 지목된다.
이러한 친시장주의 개혁의 여파로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고, 복지혜택이 줄자 노동자들의 사민당에 책임을 전가하며 반감을 갖게 됐다는 가장 유력한 해석이다.
또 광산·철강산업 쇠퇴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독일의 포용적 난민정책에 의한 이민자 급증도 사민당의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돌프 코르테 카를 루돌프 코르테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 교수는 "루르에서는 경제사정이 나빠지는 이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은 사민당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사민당이 슈뢰더의 개혁을 승인한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좌파 정당의 몰락이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을 제외하곤 유럽의 중도좌파 정당들은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힘을 잃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FT는 중도좌파 정당의 몰락은 반대급부로 반(反)기성정당의 득세를 의미한다며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독일의 대안당이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조사해 발표한 지지도에 따르면 사민당은 24%를 기록해 기독민주당(38%)에 14%포인트 뒤지고 있다. 기민당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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