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검-경, 신경전 벌이나…상대 비위 수사
검찰, 경찰청 팀장 수뢰혐의 구속기소…경찰, 전직 지청장 내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수사권 조정이라는 중요 현안을 마주한 검찰과 경찰이 몇몇 사건을 통해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최근 경찰이 일부 중요사건에서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연이어 반려되고, 양측이 각자 상대방의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상황은 외부 시각으로는 수사권 정국에서 기싸움을 주고받는 형국으로 비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청 수사부서 팀장이었던 박모(52) 경감을 알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해 최근 재판에 넘겼다고 22일 밝혔다.
박 경감이 근무하던 부서는 경찰청 본청 소속으로, 규모가 크거나 중요도가 높은 사회 각계 비리를 수사하는 곳이다. 이런 부서에 근무하던 경찰관을 검찰이 수사해 구속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찰도 전직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수도권 지청장 출신인 A씨의 '반값 월세' 의혹을 내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서울 도심 아파트 월세를 얻어 산 과정에서 검사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일선 지방검찰청 차장검사급인 지청장은 검찰 조직 내 중견간부다. 비록 최근 인사에서 사표를 내고 퇴직한 상태이긴 하나 얼마 전까지 현직 검사였던 인물의 비위 의혹을 경찰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공직비리를 주로 수사하는 본청 특수수사과가 사건을 맡았다는 것은 경찰 지휘부가 이 사건에 각별한 관심을 둔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최근 세간의 관심이 쏠린 몇몇 사건에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연이어 반려한 것에도 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63)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운전사 상대 '갑질' 논란 당사자인 제약회사 종근당 이장한(65) 회장의 구속영장도 돌려보냈다.
지난달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참사를 낸 광역버스 업체 오산교통 경영진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경찰은 대형 교통사고 책임을 운수업체 경영진에게도 묻는 강수를 던졌으나 좌절됐다.
경찰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군인공제회 임원 등 10명에 대해 신청한 영장도 검찰 단계에서 모두 기각됐다.
경찰은 일단 "경찰과 검찰이 나름대로 각자 신중하게 판단한 것으로 기관 간 입장이 달라 보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잇단 영장 반려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경찰 조직 내 대표적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은 페이스북에 "경험칙상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반려한 경우 대체로 그 의도의 순수성을 믿기 어려웠다"면서 "표면적 이유로는 소명 부족 등을 내세우지만 그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찰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검경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상황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관은 "검경이 각자 상대방 측 비위를 수사한다는 것은 기관 간 견제의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며 "잇단 영장 반려는 잘 납득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굳이 검경 간 대립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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