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미군 수뇌부 동시 방한 가벼이 보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21일 시작된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맞춰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 증강과 전략자산 전개 등을 지휘할 미군 핵심 수뇌부가 동시에 서울을 방문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해군 대장)과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이 이미 들어와 있고, 새뮤얼 그리브스 신임 미사일방어청(MDA) 청장(공군 중장)도 곧 서울에 도착한다. 한반도 유사시 재래식 전력과 핵우산,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군의 확장억제력 제공을 맡은 3대 핵심 지휘관이 한꺼번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도발과 괌 포위사격 발언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해리스 사령관과 하이튼 사령관은 방한 기간에 서울 인근의 한미연합사령부 지하벙커(탱고)에서 UFG 연습을 직접 참관한다. 그리브스 청장도 탱고를 방문해 UFG 진행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이들은 또 22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김병주 부사령관 등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 방위공약을 재천명할 계획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해리스 사령관 등의 방한은 우연히 일정이 겹친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조율된 것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이 미군 지휘부에서 관장하는 임무와 권한을 보면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는 더욱 명확하다. 한반도를 포함해 세계의 절반 이상을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지휘하며 유사시 한반도 증원전력 제공을 책임진다. 전략사령부는 B-1B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군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지휘하며, MDA는 한반도 미사일 방어 전력 증강을 책임지게 된다. 이를 지휘하는 책임자들의 방한은 북한이 만에 하나 전면전 도발을 해온다면 재래식 전력은 물론 전략자산까지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우리에게는 미군의 확장억제력 제공을 재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만나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과 미사일 방어 역량을 계속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미국의 '철통 같은 안보공약'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UFG 연습은 북한의 남침 도발을 가정해 진행된다. 북한의 전면전 공격에 대응해 한국군 및 주한미군, 해외의 증원전력을 동원해 반격하는 '작전계획 5015'에 기초해 컴퓨터 워게임으로 하는 것이다. 실제 병력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지휘소훈련(CPX)이다. 북한은 이를 북침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침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훈련일 뿐이다.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올해 훈련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반영해 북한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해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올해 UFG는 미군 참가병력이 1만7천500명으로 지난해 2만5천 명에서 7천500명 줄어들었다. CPX라 참가 실병력은 큰 의미가 없지만 일각에서는 미군 측 인원이 줄어들고 핵 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도 동원하지 않는 점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한미 연합훈련 때면 끊임없이 도발해온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사시 한반도 전력 증강과 전략자산 전개를 결정할 미군 핵심수뇌부가 일부러 방한해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은 이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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