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을 달걀에 살충제 뿌렸겠나"…양계농가 항변
추가 검출 농가 "농장에서 살충제 사용한 적 없어"
지자체 "농가 주변에 살포한 게 유입됐을 가능성"
(전국종합=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정부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보완 검사 결과 충남과 전북의 농장 3곳에서 유통이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전수조사 과정에서 검사 항목이 누락된 농장에 대한 보완조사를 마무리한 결과 전북 김제 농장, 충남 아산 농장과 청양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응애류 구제용으로 쓰이는 플루페녹수론은 기준치 이하의 잔류도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다.
일반적으로 오이, 감귤, 딸기, 장미, 파, 감, 감초, 도라지 등에 사용하는 약제다.
전북 김제 농가에서는 0.008ppm, 충남 아산과 청양 농가에서는 각각 0.0082ppm과 0.0078ppm이 검출됐다.
하지만 농장 관계자들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재검사를 요청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완검사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전북 김제 농장 농장주는 "계란을 판매할 목적으로 닭을 키운 게 아닌 만큼 살충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수년 전부터 꾸지뽕 300그루와 오디 800그루를 재배하던 이 농장주는 나무 주변 해충 제거를 위해 방목형으로 닭 300마리를 키웠다.
닭은 나무 주변을 누비며 잡초를 제거하거나 해충을 잡아먹었고, 아침마다 달걀도 선물해 줬다.
지난해부터 이렇게 생산된 달걀을 하루에 8판(240개)씩 지인들에게 판매했다.
농장주는 "닭에게 살충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며 "나무에도 식물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살균제만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축사 주변 나무에 뿌린 살충제 성분이 양계장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아산 농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란계 7천마리를 키우는 이 농장은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농장주는 닭에게 살충제를 살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계장 주변에는 과실수에 사용하는 빈 농약병이 놓여 있었다.
양계장과 과수원의 거리가 채 1m도 떨어지지 않다 보니 과실수에 사용한 약재가 날려 양계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이 농장 달걀에서 검출된 플루페녹수론이 과실수 진드기 제거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살충제라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산란계 300마리를 방목형으로 키우는 청양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점도 의아하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달걀은 20∼30개에 불과해 시중에 납품하지 않고 대부분 농장주와 지인의 식탁에 오른다.
농장주는 "내가 먹을 달걀인데 살충제를 사용했겠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충남도는 농장 인근 논에 살포한 농약이 양계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희 도 농정국장은 "추가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특성으로 볼 때 농장 주변에 뿌린 살충제가 양계장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양계장으로 농약 성분이 들어오지 않도록 차광막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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