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의 정석' 두산 김재호가 펼치는 명품 수비
복귀 이후 주장 부담에서 벗어나 내야 진두지휘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의 kt wiz 더그아웃.
경기 시작을 2시간 정도 앞둔 시점에 한 두산 베어스 선수가 김진욱 kt 감독을 찾아왔다.
유격수 김재호(32)였다. 그는 2012∼2013년 두산 사령탑이던 김 감독에게 가르침을 받은 바 있다.
인사차 들른 김재호에게 김 감독은 덕담을 해줬다.
"어떻게 그렇게 복귀하자마자 공격, 수비 다 잘해?"라는 김 감독에게 김재호는 서글서글 웃는 얼굴로 "주장 자리도 빼앗겼는데 열심히 해야죠"라고 농담을 섞어 답했다.
올 시즌 두산 주장을 맡은 김재호는 허리 통증으로 지난달 30일부터 14일까지 16일간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사이 좌익수이자 4번 타자인 김재환(29)에게 임시 주장을 맡겼는데, 김재호 복귀 이후에도 올 시즌 끝까지 김재환에게 계속 주장을 시키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김재호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어 몸 관리를 잘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환이 두산 공격의 중심이라면, 김재호는 수비의 핵심이다.
땅볼 타구가 쉼 없이 날아오는 유격수라는 자리가 그렇다.
게다가 다른 내야수들은 공을 더듬거리다가 1루에 던져도 주자를 아웃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유격수는 군더더기 없이 처리해야 한다. 긴 땅볼을 잡아 긴 송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유격수는 공을 잡고 난 뒤 즉각적으로 몸의 방향을 돌릴 수 있을 만큼 민첩해야 한다. 유격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 플레이를 펼칠 때는 일어서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불안정한 자세로 공을 홱 던져줄 때가 많다.
이 같은 일반적인 설명은 마치 국가대표 유격수이기도 한 김재호의 플레이를 묘사한 것 같다.
그는 복귀 이후 거의 매 경기 '수비는 역시 김재호'라는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김진욱 감독과 환담한 직후 시작한 경기에서도 그랬다.
특히 4회말 호수비는 기가 막혔다.
장성우가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갈 뻔한 땅볼 타구를 날렸는데, 김재호는 이를 감각적으로 잡아낸 뒤 백핸드 토스로 2루에 전달했다.
2루수 최주환이 곧바로 1루에 송구하면서 이는 병살타로 연결됐다.
경기 흐름을 뒤집는 큼지막한 홈런을 보는 재미도 크지만,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호수비를 보는 짜릿함도 그에 못지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장을 맡았던 김재호는 이제 캡틴이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유격수 김재호의 안정적이면서 화려한 수비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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