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니버시아드 개막식 시위로 파행…中선수단 불참(종합)
反연금개혁·대만독립 贊反 시위로 선수단 한때 입장 못 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대만 타이베이에서 19일 열린 '2017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이 각종 시위로 파행 사태를 겪었다.
20일 홍콩 명보와 빈과일보에 따르면 전날 저녁 타이베이 육상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리기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서는 각종 시위가 열려 극심한 혼란이 연출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7천여 명의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지만, 퇴역군인권익보장협회와 퇴역경찰협회는 오후부터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만독립에 대한 찬반 시위도 동시에 열렸다.
대만독립에 찬성하는 시위대는 '대만은 대만이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대만은 중국의 타이베이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면에 대만독립을 반대하는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며 '중국 선수단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개막식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각 국가명 첫 글자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입장하는 선수단이 'C' 차례에 이르렀을 때, 해당 국가의 선수단은 입장 못 한 채 국기를 든 기수만 입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대가 선수단이 입장을 기다리던 체육관 입구에서 연막탄을 터뜨리는 등 시위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진압으로 개막식은 저녁 8시부터 재개돼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지만, 이날 시위에 대해서는 각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러한 행동은 이번 대회를 망쳐 대만을 얕잡아 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대만의 가장 좋은 면을 세계에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더구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대회에서 테러를 자행하기 위해 잠입했다는 첩보까지 입수돼 대만 경찰이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회에는 141개국, 7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으나, 중국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에 보냈던 대표단 590여 명보다 훨씬 적은 195명의 대표단만을 파견했다.
중국은 단체종목에는 불참하고 개인 종목에만 선수를 보냈으며, 더구나 전날 개막식에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측은 개막식에서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을 '지도자(leader)'로 호칭해주기를 원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개막식에서 차이잉원은 대만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the Republic of China)'의 '총통(president)'으로 소개됐으나, 관중에게 손을 흔들기만 했을 뿐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이번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국제무대에서 국가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대만이 처음으로 유치한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다.
하지만 대만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인해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을 써야 하며, 대만 국기를 사용하거나 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