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9차 당대회가 정할 중국 운명…'시진핑 1인체제' 용인할까
보쉰, 시진핑사상 당헌오를지·왕치산 연임할지 등 5대쟁점 정리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 전현직 지도자 비밀회동인 베이다이어(北戴河) 회의가 이번주 폐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을로 예정된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전 중국의 관심이 쏠린다.
시기는 확정·발표되지 않았지만, 10월말 또는 11월초가 유력하다. 관례로 볼 때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진용을 짜게될 당대회이지만, 수십년 유지돼온 집단지도체제의 관례가 깨지고 '시진핑 1인체제'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중국 안팎이 19차 당대회에 주목하고 있어 보인다.
이전 후진타오(胡錦濤) 체제 같았으면 베이다이허 회의 때 전현직 원로 간 세력 균형을 맞추는 식으로 차기 정치진용을 짰겠지만, 이번에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정도로 시진핑 독주가 확인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18일 '19차 당대회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쟁점을 정리했다.
보쉰은 크게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당헌)에 올려질 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연임할지, 정치국 상무위원 수가 7인에서 5인으로 바뀔지, 시 주석 후임이 임명될지,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처럼 법위의 권력으로 군림할 지 등 5가지에 주목했다.
이 가운데 시진핑 사상의 당장 명기 여부는, 시진핑이 거의 마오쩌둥 급(級) 지도자로 평가될 수 있을 지를 정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다.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당장은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을 명기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주창한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등의 지도방침도 각각 명기했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이 명시되면, 이는 '이론'으로서 당장에 규정된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급의 권위가 부여되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시진핑 사상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확립·심화개혁·의법치국·종엄치당 등 '4가지 전면' 전략과 경제·정치·문화·사회·생태문명 건설 등 '5위1체' 국정운영 사상 및 전략을 말한다.
페이민신(裴敏欣)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 칼리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명기하는 방안에 대해 베이다이어 회의 참석자 전원이 찬성했는지 알 수 없지만 19차 당대회에서 명기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 다음으로 왕치산 서기의 연임 여부는, 바로 시 주석의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점칠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심거리다.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라는 공산당 불문률에 따르면 올해로 69세인 왕 서기는 연임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가 연임한다면, 2022년에 69세가 되는 왕 서기의 연임 전례를 근거로 그해 열릴 20차 당대회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집권 연장을 할 수 있다.
미국에 도피중인 중국의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50)가 왕치산 서기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으나, 그의 위상은 굳건해 보인다.
무엇보다 2012년 말 제18차 당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시 주석이 지난 4년여 왕 서기와 더불어 부정부패 개혁을 쉼 없이 해옴으로써 권력기반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시 주석으로선 결코 왕 서기를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가 5인으로 줄어들 지도 시진핑 권력의 '강도'를 정할 준거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후진타오 집권 시기와 비교할 때 집단지도체제가 크게 와해되고 상대적으로 시진핑의 권력이 더 커진 상황에서, 상무위원 수가 7인에서 5인으로 줄게 되면 시진핑의 장악력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자가 정해질 지도 시 주석의 권력을 가늠할 중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후진타오는 물론 그 이전의 장쩌민 집권기에도 10년 임기의 중간 당대회에서 차기를 지명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가 차세대로 거명됐으나, 쑨정차이는 낙마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어 쇠고랑을 찰 처지에 놓였고 후춘화 서기는 시진핑 쪽에 줄을 선 채 자신을 낮춘 지 오래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청루이성(曾銳生·스티브 창) 소장은 "만약 19차 당대회 전에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다면 시진핑이 20차 당대회 후에도 계속 집권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19차 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1인체제'를 구축할 시 주석이 마오쩌둥 방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를 할 지에도 중국인들은 큰 관심을 보인다.
사실 아무런 거칠 것 없는 정치권력을 행사했던 중국 공산당의 창립자 마오쩌둥은, 결국 유토피아적인 사회주의 모델을 꿈꾸다가 문화대혁명이라는 대동란을 초래했다. 그런 탓에 후임인 덩샤오핑(鄧小平)은 그 대안으로 집단지도체제를 택했으나, 시 주석이 다시 마오쩌둥의 길을 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중국은 내부 개혁은 물론 외부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1인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하스 연구원은 "시 주석이 권력을 장악하더라도 중국 공산당 특유의 집단지도체제 제약을 넘어설 수 없고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내부의 격렬한 투쟁을 유발할 것"이라며 "그가 권력을 독차지해도 마오쩌둥 방식으로 중국을 통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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