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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계란이 와야하는데, 안전한 계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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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계란이 와야하는데, 안전한 계란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비좁은 양계장 안에 갇힌 채 알만 낳던 암탉 잎싹은 양계장 밖의 삶을 간절히 꿈꾼다.

머리를 굴리던 잎싹은 병든 척 가장한 끝에 양계장 밖으로 버려지는 데 성공한다. 이후 그는 넓은 들판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며 세상을 구경한다. 비록 족제비가 호시탐탐 노리고,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양계장 안이 그리울 리 없다.

명작 동화이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이야기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연일 시끄럽다. 모두 비좁은 양계장 안에서 닭을 키우면서 벌어진 일이다. 마당에서 흙으로 목욕해야 하는 닭들이 공장식 축사에서 꼼짝달싹 못 하게 되면서 진드기를 스스로 없애지 못하자 '진드기 퇴치제'를 뿌린다는 게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 닭들은 얼마나 마당으로 나오고 싶었을까.

'치타 여사'는 '황홀한 고백'에 맞춰 현란한 춤사위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준비해온 녹음테이프를 틀었더니 엉뚱하게 "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가 구성지게 흘러나왔다. 골목골목을 누비던 계란 장수의 호객용 테이프와 노래 테이프가 바뀌면서 벌어진 참사. '전국노래자랑' 예심에 야심차게 도전했던 '치타 여사'는 즉각 '땡!' 처리됐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다.


허름한 여관방에서 아홉 살 소년이 "라면에는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탁 풀어 먹어야 맛있지"이라며 라면을 끓인다. 영화 '파송송 계란탁'의 한 장면. 어느날 갑자기 부자지간으로 엮인 아버지와 어린 아들은 이 라면 조리법에 의견일치를 보며 하나가 된다.

우리의 일상 속, 기억 속 달걀의 모습은 이러했고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달걀의 숨결은 우리 먹거리와 삶에 광범위하게 흩어져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에 다양한 모습으로 녹아들었다. 물론, 정겨운 모습으로.

그런데 웬걸, 살충제 계란의 출몰로 계란에 대한 이야기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어린 시절 아이들의 '무서운 이야기' 열전 속에 등장했던 하얗고 동그란 '계란 귀신'도 살충제 계란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덕선이도 사실은 계란 후라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없는 집 밥상에서 계란은 늘 모자랐고, 언니랑 남동생이 계란 후라이에 달려들면 착한 덕선이는 "난 됐어"라며 콩자반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묵혔던 설움이 폭발한 어느날 덕선이는 고백한다. "나도 계란 후라이 좋아해!"라고. '응답하라 1988'의 또 다른 에피소드지만, 누군가에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체품이 없는 게 계란이다.

너무 흔해서도, 반대로 귀해서도 계란은 안전해야 한다. 안전한 계란이 와야 한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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