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냉가슴 앓는 BNK금융 직원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과 부산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지역사회의 논란이 거세다.
성세환 회장이 자사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되자 BNK금융 이사회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성 회장은 지주 회장과 함께 이사회 의장, 부산은행장, 부산은행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그의 공백은 BNK금융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영 공백의 위험을 줄이고 권한 분산을 위해 BNK금융 이사회는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라 4개의 자리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서 지주 회장 후보를 내부 인사는 물론 외부 인사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자 16명이 무더기로 지주 회장 후보에 뛰어들었다. 내부로 한정한 부산은행장 공모에도 10명이 신청서를 냈다.
사외 이사 6명으로 구성된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지주 회장 후보를 최종 3명으로 압축해 지난 17일 심층 면접을 벌였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린 부산은행 본점 로비에는 부산은행 노조원 700여명이 몰려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BNK금융 경영진 선임에 개입하지도, 개입할 의사도 없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자유한국당 부산시당과 국민의당은 성명을 통해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공세를 벌였다.
정치권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나서면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BNK금융 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사태의 발단이 부산은행 내부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임 이장호 회장이 엘시티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성 회장은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이 전·현직 최고 경영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최고 경영자 승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성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데 이런 권리를 포기한 데다 사퇴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의 행보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개인 비리 혐의로 이번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전·현직 BNK금융 관계자와 잇달아 접촉하며 차기 경영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만에 열린 조합원 총회장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원망은 잠시 접어두고 내 집부터 지키자"는 구호가 흘러나왔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국내 5대 금융지주로 성장한 조직의 자부심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와 직원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경영진에 대한 원망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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