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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은 없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은…책에 관한 뒷담화

신간 '비밀의 도서관'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 마르크스의 '자본론' 그리고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

애서가로 유명한 올리버 티얼 영국 러프버러대학 교수는 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이 세 권을 꼽았다. 읽은 사람이 없다는 건 몰라도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티얼 교수의 신간 '비밀의 도서관'(생각정거장 펴냄)은 호메로스에서 케인스에 이르는 3천 년의 인류사에 획을 그은 책과 내로라하는 저자들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 스스로 얘기하듯 "아무 쓸모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 분명히 써먹을 데가 있을 것" 같은 지식이 수두룩하다.

'레즈비언'(Lesbian)이 지금처럼 여성 동성애자라는 뜻을 갖게 된 건 고대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 호메로스'로 불릴 만큼 엄청난 문학적 명성을 누린 그는 에게해의 레스보스(Lesbos) 섬 출신이었는데 동성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세 후반 '레즈비어니즘'(Lesbianism)이란 용어의 등장은 사포와 그의 작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와 일치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머집은 3~4세기 로마제국시대 두 명의 그리스 저자가 엮은 '필로겔로스'로 260편의 짧은 유머를 담고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유머감각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발사가 손님에게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라고 묻자, 손님이 '조용히요'라고 답했다는 식이다.

세상에 알려진 가장 비싼 책은 1510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쓴 연구 노트인 '코덱스 레스터'다. 빌 게이츠가 1994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돈 3천100만 달러(약 350억원)에 낙찰받아 소장하고 있다.

비극의 대명사인 '햄릿'의 원저자는 토머스 키드라는 셰익스피어의 선배뻘 극작가로 추정된다. 1961년 셰익스피어가 '햄릿'을 쓰기 10여 년 전부터 이미 런던에 햄릿을 소재로 한 희곡이 상연 중이었음을 보여주는 문헌들이 남아 있다.

1719년 출간된 '로빈슨 크루소'는 최초의 영국 소설로 일컬어지는 데 저자인 대니얼 디포가 두 권의 속편을 더 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속편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무인도로 돌아가 생활했고, 충직한 하인 프라이데이가 죽자 10년간 세상을 떠돌며 여행하다 영국으로 되돌아갔다.

최초의 탐정소설은 메리 엘리자베스 브래든이 1860년 출간한 '세 번 죽다'인데 그는 당시 막 열리던 '철도시대'의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한 명이다. 탐정소설은 기차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즐겨보면서 대표적인 대중소설 장르로 자리 잡았다.

영화 '배트맨'의 무대인 고담시(Gotham City)는 뉴욕을 연상시킨다. '립반윙클', '슬리피 할로우'를 쓴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은 1807년 창간한 잡지에서 뉴욕을 처음 고담시로 불렀다. 고담은 원래 영국 노팅엄셔의 마을 이름인데 바보들이 사는 동네였다고 전해진다.

1928년 출간된 D. H. 로런스의 도색소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뒤늦게 1960년 출판사가 법정에 서게 됐는데 외설적인 내용보다는 비속어 때문이었다고 한다. 검사가 재판부에 제시한 책 속 비속어는 성교를 뜻하는 'fuck' 30회, 여성 성기를 뜻하는 'cunt' 14회, 남성 성기를 뜻하는 'balls' 13회 등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호기심의 잡동사니이며, 익숙하거나 망각된 책들로 가득 찬 상상의 도서관을 돌다가 잠깐씩 멈춰서 구경하는 여행"이라고 소개한다.

정유선. 432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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