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코앞에서 '고름' 터진 컬링연맹…회장도 없다
방치 속 정부 지원안도 몰랐던 국가대표팀 '허탈'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반년 앞두고 대한컬링경기연맹의 행정 마비가 극심해 자력 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컬링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체육회는 회원 종목단체가 정상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해당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한다. 보통 비리나 내홍으로 문제가 된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관리단체가 되면 해당 단체 임원은 당연히 해임되고, 단체는 모든 권리와 권한을 상실한다. 대신 관리위원회가 행정 업무를 포함한 단체 운영 전반을 책임진다.
컬링연맹은 이미 제 기능을 못 하는 '식물' 상태다.
회장도 공석이다.
컬링연맹은 2016년 9월 장문익 초대 통합 회장을 선출했다.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전국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시행한 선거였다.
하지만 체육회 감사 결과 자격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회는 지난 6월 8일 전 회장의 인준을 취소했다.
체육회 정관에 따라 회장 공석 상태가 두 달 이상 지속하는 단체는 관리단체 대상이 된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이어서 단체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것도 컬링연맹이 관리단체 대상이 된 이유다.
또 컬링연맹은 비경기인 이사를 공모한다고 공지하고는 경기인 출신으로 이사진을 선임한 것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컬링연맹은 국가대표 선발 일정을 둘러싸고 내부 견해차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연맹이 부실 운영을 하는 동안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종목 첫 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국가대표팀은 방치돼 있었다.
김경두 컬링연맹 부회장은 전 회장의 인준 취소 후 직무대행을 맡고 나서야 컬링 국가대표팀이 꼭 알았어야 할 정부지원 정책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출범한 평창올림픽 경기력 향상지원단의 존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평창조익위원회, 동계종목 단체가 참여하는 이 지원단은 우리 선수단이 메달 20개, 종합 4위 달성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경기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취지로 발족했다.
훈련 계획을 제출하면 국외 전지훈련, 외국인 코치 초청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김 직무대행은 "7월에 경기력 향상지원단 3차 회의를 한다는 공지를 받고 나서야 이런 조직이 있는 줄 알았다"며 "대표팀 코치와 선수, 관계자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황당해 했다.
김 직무대행은 평창올림픽 컬링 여자·남자·믹스더블 국가대표를 모두 배출한 경북체육회 컬링의 대부다.
그는 평창 국가대표와 가장 가까운 연맹 임원이었음에도 "소통의 기회가 없었다"며 "예년에 하던 식비 지원 정도만 받고 늘 하던 대로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하거나 늘 가던 전지훈련만 갔다. 시간이 아깝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1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평창올림픽 경기장인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경기 경험을 쌓고 싶지만 기회가 없다"며 지원 부족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문체부의 컬링 국가대표 훈련 예산으로 5억8천800만 원이 책정됐으며, 훈련 계획을 제출하면 지금이라도 강릉컬링센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요청도 되지 않아 훈련을 못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통'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대표팀은 경기력을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아쉬움에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다.
체육회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체육회는 컬링연맹 회장 선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10개월 이상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수십 개의 체육 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선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평창 경기력 향상지원단도 출범 당시 '월 1회 점검회의를 열어 선수단 요구사항을 듣고 종목별 유망 선수 및 세부종목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맹이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는다'며 기다리면서도 선수단에 먼저 귀를 기울이지는 않은 소극성에 좋은 취지의 빛이 바랬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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