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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AI·폭염 극복했는데…경북 산란계 농가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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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AI·폭염 극복했는데…경북 산란계 농가 '전전긍긍'

"계란 안전성 정기적 검사 시스템 마련해야"




(영주·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AI도 견뎌냈고, 폭염도 이겼는데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또 날벼락이 떨어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경북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에서 산란계 7만여마리를 키우는 송원욱(69·산란계협회 영주시지부장)씨는 16일 오후 큰 걱정을 덜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송씨 농장에서 계란을 수거해 실시한 살충제 성분 검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산란계 8만여마리를 키우는 송씨 농장에서는 매일 6만∼7만개 계란을 생산한다. 그러나 지난 15일 살충제 검사에 들어감에 따라 이틀 동안 계란을 출하하지 못했다.

16일 오전 내내 전화로 검사 진행 상황을 알아보던 송씨는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직접 농산물품질관리원을 찾았다. 다른 농민과 살충제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검사를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과가 빨리 나와 졸였던 가슴을 펼 수 있었다. 송씨는 바로 귀가해 쌓인 계란을 출고할 계획이다.

이날 각 지역 농산물품질관리원에는 송씨처럼 계란 살충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농민들로 붐볐다.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온 농민들은 안심한 듯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농민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등 걱정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

송씨는 "문제 살충제는 전염병인 '닭티푸스'를 옮기는 기생충 '와구모'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닭티푸스 예방 백신을 아무리 사용하더라도 와구모가 번지면 효과가 없어 상당수 농가가 해당 살충제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충제를 쓰더라도 닭을 우리에서 빼낸 뒤 살충제를 뿌리고 세척 등을 하고 다시 넣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일부 농민이 절차가 복잡하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문제가 생기면 급작스레 유통을 통제하고 검사를 하는 것보다 계란도 정기적으로 안전성을 검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노리에서 산란계 4만여마리는 키우는 권정우(60)씨는 16일 오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지난 15일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살충제 성분 검사를 위해 계란 1판(30개)을 가져갔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다.

권씨는 문제가 된 살충제를 사용한 적은 없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15일부터 출하를 못 했다.

그의 농장에서는 하루 2만4천여개(800판 안팎) 계란을 생산했다. 이틀째 출하를 못해 5만개 가까운 계란이 쌓였다.

언론에서는 살충제 성분 검사에 하루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으나 16일 오전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권씨는 이날 오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수차례 전화로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직접 찾아갔다.

검사해야 하는 계란이 워낙 많아 언제 결과가 나올지 확답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농장으로 돌아온 뒤 한참 지나서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와구모 등 기생충은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으로도 퇴치할 수 있는데 비용 부담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 계사 소독 등에 기준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살충제 성분 파문이 생기기 훨씬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 양계 농가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말 전국적으로 번진 AI가 시작이었다.

경북도내 양계 농가는 AI가 발생한 곳 등 다른 시·도에 사는 자식도 찾아오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농장에 출입하는 차와 사람은 모두 여러 단계 소독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등 방역에 집중했다.

복잡한 방역 절차는 완전히 자리 잡아 경북 양계 농가에 출입하는 것은 해외 여행하는 것만큼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노력으로 AI는 경북에 번지지 않았다. AI 청정지역으로 남은 덕분에 계란값 급등 사태 때 경북 산란계 농가는 상당한 이익을 냈다.

AI가 잠잠해지자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올해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온 탓에 권씨 농가를 포함해 대부분 양계 농가에서는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안개 분무 시설을 가동하는 등 더위에 따른 폐사 방지에 집중했다. 닭은 기온이 34도 이상 올라가면 개체에 따라 폐사하기 때문이다.

권씨 농가는 선풍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 폐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닭이 사료 섭취를 하지 않고 산란환경이 나빠진 탓에 계란 크기가 줄어 상품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겨울철 30만원 안팎으로 나온 전기요금은 지난달 100만원에 육박했다. 부담이 늘어난 만큼 수익은 줄었다.

259 농가가 1천379만여마리를 사육해 산란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북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16일 모든 농가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에 들어갔다. 도는 검사에 합격한 농가 계란만 출하를 허용할 방침이다.

또 살충제 잔류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등 검사에 불합격하는 농가가 나오면 검사 결과 등을 신속히 관련 기관과 공유해 유통 중인 계란을 수거해 폐기하기로 했다.

lee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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