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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진드기 때문에 약 뿌리긴 했는데"…철원 살충제 농가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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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진드기 때문에 약 뿌리긴 했는데"…철원 살충제 농가 '침통'

AI에 이어 살충제 파동, 농민 "생업 그만두고 싶은 심정"

살충제 계란 의심 벗어났지만 계란에 대한 소비자 불신 큰 걱정

(철원=연합뉴스) 이재현 양지웅 기자 = "지난 6월 중순에 닭 진드기(이)를 퇴치하려고 등짐 분무기로 약을 처음 뿌리긴 했는데…어떤 성분의 약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6일 오전. 강원 철원군 동송읍의 산란계 농장주 A씨는 현장 조사를 나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관계자로부터 '친환경 인증 서약을 어겼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고개를 떨궜다.

A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되자 할 말을 잃었다.

A씨의 농장 내 닭들은 케이지 밖으로 겨우 고개만 내민 채 요란스럽게 모이를 쪼아댔고, 케이지 아래는 수거하지 못한 계란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졸지에 살충제 계란 사태의 중심에 선 A씨는 임시 펜스로 외부인의 농장 출입을 전면 차단한 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계란을 수거했다.

수거한 계란은 전량 폐기될 예정이다.

A씨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는 0.056㎎/㎏의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이는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치(0.02㎎/㎏)보다 높은 수치다.

A씨는 2012년 12월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무항생제 농가로 인증됐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농가는 말 그대로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고 규정된 약제만 사용해 계란을 생산해야 한다.


A씨는 무더운 지난 초여름 닭 진드기(이)가 기승을 부리자 등짐 분무기로 약제를 뿌렸다고 농관원 관계자에게 실토했다.

그러나 어떤 제품의 살충제를 얼마나 뿌렸는지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는 게 농관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5만5천마리의 산란계를 사육 중인 A씨는 1주일에 3천200판(1판 30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이를 고려하면 약제를 뿌린 두 달 전부터 현재까지 86만개의 계란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농관원은 파악하고 있다.

철원군청 관계자는 "일련번호가 '09지현'으로 표기된 A씨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의 유통경로 파악 중이며, 전량 회수해서 폐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란 껍데기(난각)에는 생산지 시·도를 구분할 수 있는 숫자와 생산자를 구분하는 문자 또는 기호로 구성된 생산자 명이 찍혀 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생산농장을 확인할 수 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양계장 인근 농장과 주민도 연이은 가축 관련 사태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농민은 "지난겨울에는 AI로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이라니…"라며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가축 질병과 농약 파동에 이제는 생업마저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이날 농약 잔류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살충제 계란 의심에서는 벗어났지만, 도내 대규모 산란계 농가도 걱정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삼척에서 50만 수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한 농장은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계란은 하루 평균 45만개에 달한다.

이 농가는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받자마자 집하장으로 출하했다.

검사 결과가 하루 이틀 더 늦어졌다면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이 농장 관계자는 "검사 결과 통보가 늦어지거나 검사에서 이상한 점이 생겼다면 전량 폐기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당장 살충제 계란 의심은 덜었지만, 계란 유통 시장 전반의 불신이라는 더 큰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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