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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희생 네덜란드 선원 위령비 제주에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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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희생 네덜란드 선원 위령비 제주에 건립

대정읍 신도2리 해안서 위령비 제막식 열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전지혜 기자 = 360여년 전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에 표착한 네덜란드 선원 하멜 일행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16일 제주에 건립됐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와 하멜기념사업회, 신도2리 등 관계자 40여명은 하멜 일행이 제주에 표류한 지 꼭 364년이 되는 이날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해안에서 '하멜 일행 난파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은 추모 공연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분향·헌화, 기념사, 추모시 낭송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하멜 표착지를 신도2리 해안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온 채바다 해양탐험문화연구소장은 "스페르웨르호 난파로 희생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의 넋을 기리고 하멜 일행이 보여준 도전과 개척정신이라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위령비를 세웠다"고 말했다.





1653년(조선 효종 4년) 8월 16일 하멜 일행이 탄 네덜란드의 상선 스페르웨르호는 일본으로 가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 해안에 난파했다.

당시 승선원 64명 가운데 28명은 숨졌고, 나머지 36명 중 21명은 조선에서 억류된 동안 세상을 떠났다.

13년 뒤 이 배의 서기였던 하멜은 동료 8명과 함께 일본으로 탈출, 고국으로 돌아가 조선에서 겪은 경험담을 자세히 쓴 보고서를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출판된 책이 바로 우리나라를 서방에 처음 알린 '하멜표류기'다.

그동안 하멜 일행의 표착지(물결에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뭍에 닿은 곳)에 대해 오랜 기간 논쟁이 이어졌다.

1980년에는 서귀포시 용머리해안에 하멜 기념비가 세워졌고, 2003년에는 인근에 스페르웨르호를 재현한 상선 모형을 세워 관광지화됐다. 그러나 정확한 표착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장소를 용머리해안으로 정해 논란이 일었다.







표착지로 거론된 곳은 서귀포시 대포·중문, 강정, 모슬포, 사계 해안 등이다. 그러다가 1694년(숙종 22년) 제주 목사를 지낸 이익태가 쓴 '지영록'(知瀛錄)이 발견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지영록의 '서양인표류기'에는 하멜 일행의 난파 지점이 '大靜縣地方 遮歸鎭下 大也水沿邊'(대정현지방 차귀진하 대야수연변)이라고 기록돼 있다.

제주문화원이 발간한 지영록 번역본 각주에는 난파 지점이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2리 사이의 해변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야수포'는 원래 고산 한장의 대물(또는 대아물)의 한자 표기로, 고산 한장과 도원에서 대물을 길면서 논깍포구를 대야수포(大也水浦)로 불렀으나 19세기 이후는 지도상 주로 돈포(敦浦)로 표시돼있다는 것이다.

국립제주박물관도 하멜 일행의 제주 표착 350년 기념으로 2003년에 연 '항해와 표류의 역사' 특별전 도록에서 지영록과 과거 문헌, 고지도 등을 근거로 표착지가 고산리 한장동 해안에서 대정읍 신도리 해안 일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하멜기념사업회와 신도2리 하멜표착지 규명추진위원회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영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멜 일행의 이동거리와 시간을 분석하고 현장을 답사한 결과 표착지는 신도2리 해안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멜표류기와 지영록의 난파 날짜(8월 16일)가 같고, 신도2리에서 본 녹난봉과 한라산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 하멜표류기의 삽화와 일치하는 점 등도 신빙성을 더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신도2리 하멜 일행 난파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계기로 하멜 일행의 표착지와 관련한 논쟁이 다시 가열될 전망이다.

ji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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