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BA 미네소타, 경기 시작 점프볼 2년째 전패…성적은 1위
'전술적 선택이냐, 경기 전 루틴에 따른 징크스냐'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2년 넘도록 경기 시작 점프볼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이 있다. 그런데 이 팀은 WNBA에서 최근 몇 년째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WNBA 미네소타 링스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 시작과 함께 진행되는 점프볼에서 한 번도 공격권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미네소타는 정규리그 34경기에서 한 번도 점프볼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미국 미네소타주 지역 신문 스타 트리뷴은 최근 이 지역 연고 WNBA 팀인 미네소타의 '기묘한 징크스'를 소개했다.
최근 두 시즌 간 정규리그 59경기에서 연달아 공격권을 상대에게 먼저 내주고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네소타는 WNBA에서 내로라하는 강팀이다.
지난 시즌 28승 6패로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올해도 21승 4패로 2위 LA 스파크스에 3경기나 앞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게다가 확실한 골밑 요원도 보유하고 있다.
키 198㎝로 이번 시즌 경기당 리바운드 10개를 잡아내며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실비아 파울스(32)가 버티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점프볼 승률은 0%를 기록 중이다.
미네소타가 경기 시작 '팁 오프'에서 상대에게 일부러 공격권을 내주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스타 트리뷴도 '전략이냐, 미신이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프로농구(NBA)와 WNBA는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과 달리 경기 시작 점프볼에서 공격권을 잡은 팀이 4쿼터 시작 때 첫 공격을 하게 한다.
반대로 경기 시작을 수비부터 한 팀은 2, 3쿼터 시작 때 먼저 공격권을 가진다.
따라서 2, 3쿼터에 먼저 공격권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한 전술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에서 12시즌을 보내고 있는 세이먼 어거스터스는 "2011년 셰릴 리브 감독 부임 이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2015년에 트레이드로 미네소타에 입단한 파울스는 "처음엔 나도 당연히 점프볼에서 공을 따내려고 노력했다"며 "그런데 감독이 점프볼에서 공격권을 가져오는 것을 원하지 않더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미네소타는 파울스가 갓 입단한 2015시즌에는 경기 시작 점프볼에서 공격권을 가져온 것이 5번 있었는데 이 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했다.
스타 트리뷴은 "이제 파울스는 점프볼을 할 때 아예 점프하지 않거나 심지어 공을 상대 선수에게 쳐서 전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 3쿼터에 먼저 공격권을 갖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입증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ESPN의 기록 관련 전문위원 미카 애덤스는 "2, 3쿼터에 먼저 공격을 하나, 1, 4쿼터에 먼저 공격을 하나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운동선수들에게 흔한 '경기 징크스'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이 팀의 셸리 패터슨 코치는 "우리가 2011년에 처음 우승했는데 그때 센터가 타지 맥윌리엄스 프랭클린이었다"고 소개하며 "맥윌리엄스가 점프가 워낙 없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점프볼을 상대에게 자주 뺏겼는데 우승까지 차지하니 이것이 하나의 징크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실제로 경기 전에 지켜야 할 '루틴'이 많은 팀으로 알려졌다.
화장실에 특정 브랜드의 생수병, 선수 라커 위에는 특정 브랜드의 와인병을 각각 둬야 하고, 코칭스태프는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머물 때마다 같은 일식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또 홈 경기에서는 코칭스태프가 특정 구역에 주차해야만 이길 수 있다고 한다.
패터슨 코치는 "올해 홈에서 1패를 당했는데 그때 내가 정해진 자리에 주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가 자신의 네 번째 팀인 패터슨 코치는 "예전 소속 팀에서도 이런 루틴이 있긴 하지만 미네소타와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팀도 처음"이라고 이길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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