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中 경제압박 본격화…'지재권 침해조사'행정명령 서명(종합)
북핵 압박에 미지근한 중국 견제 포석…"시작에 불과하다"
미·중, 글로벌 주도권 놓고 대치 격화할 듯…中 "미국도 무역보복 당할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북 압박에 흡족한 수준의 동참을 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나 중국이 '보복' 조치를 경고해놓고 있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세계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글로벌 안보·무역 지형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자국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기업에 중국업체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토록 해 지식재산권 공유와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가 행정명령의 핵심이다.
USTR은 미 무역법에 따라 조만간 조사에 착수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은 무역장벽을 세운 국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수입 관세 인상 등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앞으로 1년가량 조사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미 언론은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무역관행 조사 카드는 겉으로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가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G2로 성장한 중국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쥔 중국이 적극 나서도록 하는 다중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45% 관세 부과 등 대중국 통상공약을 약속했으나, 북핵 해결을 이유로 연기해왔다.
이번 지식재산권 침해조사 행정명령도 몇 주 전 발령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유보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하나의 큰 움직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휴가 중이었으나 행정명령 서명식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 트위터에서 "오전에 워싱턴으로 간다. 할 일이 많다. 무역과 군사가 초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행정명령이 북핵 저지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중국 압박이라고 분석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을 압박해 북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결정적인 지점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통상전쟁이 미국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앞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이 경제제재를 피하고자 북한 문제에 적극 나설지도 불투명해 '북핵 방정식'이 더욱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 행정부의 이런 방침이 중·미 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반발했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역시 무역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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