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학들의 한국어과 학생들 "한중관계 회복에 앞장설 것"
양국관계 악화, 취업에 직격탄…"최대 장애물은 사드와 북핵"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한중관계가 나빠지면서 취업 문이 좁아지고, 양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 한중관계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 대학들의 한국어과 학생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양국 관계가 좋을 때는 선배들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과 국기기관 등에 높은 몸값을 받으며 불려 갔지만, 지금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로 관계가 악화해 한국어를 활용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지겠지'라며 자신을 다독여 왔지만, 사드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막연한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중관계가 다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그걸 위해 위해 앞장서겠다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 한국어 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인 링보(凌博)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사드 갈등으로 한국 대기업 일자리가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커 한국어를 전공으로 선택했다는 링보는 "한중관계 악화는 곧 졸업을 앞둔 취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실제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 일부 학생은 한국어 전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중관계가 회복되려면 적당한 시기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한국에 가서 양국 경제와 문화를 알리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 어언(語言)대학교 한국어과 3학년인 란디(藍迪)도 "최근 사드 갈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줄면서 채용 기회가 많이 줄었다"며 한국어과 학생들이 겪는 취업난을 우려했다.
란디는 "한중관계가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중관계 발전은 양국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인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인들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없으면 살지 못하듯이 양국 협력의 공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중관계의 악화 속에서도 한중 양국으로 향하는 유학생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14년 5만336명, 2015년 5만4천214명, 2016년 6만136명으로 지난해 사드 여파에도 전체 유학생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 역시 2014년 6만2천923명, 2015년 6만6천672명, 2016년 7만540명으로 중국 전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중관계 악화에도 학계 간 교류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학문계의 교류는 한중관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고, 이후 관계가 회복될 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어려운 시기 양국을 잇는 가교로서 한중관계 회복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대외경제무역대학의 한국어과 3학년인 리후이(李慧)는 "당시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 학습이 대세라 한국어과를 택했다"면서 "현재 한중관계로 취업에 다소 영향이 있겠지만, 한중관계가 좋아지면 한중간 교류 프로젝트나 무역 거래가 증가하고 한국어에 능통한 인재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리후이는 "나는 한중 우호 관계의 사도가 되고 싶다"면서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 친구들에게 중국 문화를 홍보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중관계에 대해선 "한중 우호 발전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은 북핵과 사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한중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어 전공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문과에 유학 중인 중국인 장샤오쉬(張曉旭)도 "사드 문제로 중국에서는 혐한 분위기가 아직도 퍼지고 있다"면서 "한중관계가 현재로선 낙관적이지 않지만, 관계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한중관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문화적인 면에서 한류 외에도 더 깊이 있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는 새로운 한중관계를 만들어 갈 우리들의 몫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중국인 류옌(劉彦)은 "한중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경제 문화 교류를 강화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면서 "나부터 시작이란 마음을 갖고 작은 노력부터 실천해 한중관계가 어서 빨리 완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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