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연매출 400억' 베트남 대표 한상기업 PTV 최분도 회장
종합물류회사로 사세 확장…"경영 전문가에 맡기고 새 사업 구상"
(호찌민<베트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PTV'는 통관·물류의 대명사로 불린다. 'PTV'는 푸탄(Phu Thanh)과 베트남(Vietnam)의 이니셜에서 딴 것이며, '부를 이룬다'(富成)는 뜻도 담겨 있다. 지금은 'Professional'(전문적), 'Timely'(때맞춘), 'Value-added'(부가가치)라는 의미로 진화했다.
수출입 통관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현재 PTV, PTV로지틱스, PTV&파트너스 등 3개 사업체로 확장돼 'PTV' 그룹으로 도약했다. 2004년 호찌민에서 창업해 연간 3천 500만 달러(40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일군 주인공은 최분도(51) 회장이다. 2013년 베트남 리포트는 이 그룹을 '500대 고속성장 중소기업' 가운데 43위에 올렸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상임이사로 '2017 아시아대표자대회 및 차세대 통합 창업 무역스쿨'을 준비한 그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 기업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서 "그들과 어우러져 파이를 키워 나가고나눠 먹으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 이 나라 사람들이 그걸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그룹 경영은 임원들에게 넘기고 자신에게는 '신사업 기획 팀장'이란 새 미션을 부여했다. 30대 후반부터 통관 업무라는 한우물만 파면서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스스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고, 경영을 전문가에게 맡긴 것이죠. 실제 명함을 그렇게 판 것은 아니고 각오가 그렇다는 겁니다. 솔직히 통관이나 관세, 운송 등을 제가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언제까지 이 분야 하나만 가지고 원하는 기업을 만들겠어요. 그래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제가 시간을 낸 것뿐이죠."
최 회장은 현재 베트남 지방정부인 동나이성과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다. 이 성에는 2025년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성 정부가 공항 개항에 맞춰 배후단지 개발에 나서는 데 그에게 '투자유치 대사'를 맡긴 것이다. 그래서 최근 성 정부 공무원들을 끌고 인천공항과 주변 견학을 갔다 왔다고 한다.
그가 성 정부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은 동나이 세관원 1명을 매 학기 한국으로 보내 MBA 유학을 시켜온 덕분이다. 학위를 받는 2년 동안 항공료부터 학비 등 모든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지금까지 10명에게 기회를 줬다. 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되자 성 정부는 그에게 투자유치와 인프라 건설 등을 같이 해달라고 가장 먼저 요청했다.
"지금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고민은 하고 있어요. PTV의 사업영역과는 다르겠죠. 하지만 동나이성 사람들과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는 특화된 사업아이템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할 겁니다."
그는 창업 당시 누구도 생각 못 한 특화한 통관 서비스를 선보여 신용을 쌓았다. 한국계 물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모든 통관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최 회장은 늘 변신을 시도한다. 지난 1993년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 무역회사의 해외영업 담당으로 입사하면서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다. 소방설비 자재를 판매하는 업무를 맡아 베트남에 자주 출장을 나왔다. 그러면서 베트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봤고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무역회사를 차렸다.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에 소방설비를 납품하면서 대박을 쳤지만 불어닥친 외환위기 파고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2002년 아예 터전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준비 없이 뛰어든 베트남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변신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당시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고는 물류사업에 뛰어들어 'PTV'를 차린 것이다.
차별화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초기인 2007년부터는 국내 대기업과 80여 개의 현지 공장 이전을 위한 화물 운송을 처리하며 최고의 물류회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창고 보관사업, 트럭 운송사업, 유통 및 금융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 지금의 그룹을 일궜다.
그는 차세대 한상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세계 곳곳에서 성공하는 것이 곧 한민족 경제 영토를 넓히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새 정부가 이들을 육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새 정부의 화두이고, 청년들의 해외 진출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청년들이 해외에 진출해 일본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면 1억 엔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현지 시장에 일본 제품을 소개하고, 일본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죠. 우리도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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