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 'No'라고 말해야 하는 대통령의 남자
'스타PD' 출신 위플의 신간 '게이트 키퍼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왕(王)실장'으로 불렸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순실 사태'로 영락(零落)한 이후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 법원 공판 등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말이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참모들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정권과 대통령이 실패했다는 자성의 발언이었다.
이 장면은 그만큼 일국 대통령의 성패에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방송 프로듀서 출신으로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크리스 위플의 책 '게이트키퍼스(부제: 백악관 비서실장은 대통령직을 어떻게 규정하나)'는 이처럼 중요한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과 영향력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서실장을 수문장이라는 뜻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규정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수많은 정보들의 옥석을 가려 차단할 것은 차단하고, 반대로 대통령이 하달하는 지시와 명령에 대해서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미국의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권한을 지닌 백악관 비서실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백악관 비서실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꺼이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무엇인가 잘못돼 비난받을 일이 생겼을 때는 앞장서 비난을 감수하고, 반대로 성과가 생겼을 땐 대통령에게 업적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의 가치는 저자의 논리가 단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CBS 방송의 유명 프로그램 '60분'과 ABC '프라임타임'을 연출하며 에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스타 PD'답게 그는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을 보좌했던 16명의 전직 백악관 비서실장을 밀착 인터뷰한 결과물을 책에 담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책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이 정부에서 두 번째로 권력 있는 자리라는 데 대해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은 "비서실장직은 내가 해본 것 중에 가장 힘든 자리"라고 말했다.
크라운.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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