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다급한 안보 상황 국민도 알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0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체회의가 아니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 상임위는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토대로 미국 등 주요국들과 협력 하에 한반도에서의 긴장 해소와 평화 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회의는 정례회의였으나, 최근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심도 있게 진행됐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미국과 북한 간에 거친 설전이 오가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던 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듯하다.
북한은 이날도 '괌 포위사격'의 구체적 계획을 밝히며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을 동시에 발사해 시마네(島根) 현 등 일본 상공을 거쳐 괌 주변 30~40㎞ 해역에 탄착시키는 것이 골자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하여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하면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해 놓겠다는 것이다. 시기상 이달 2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전후해 도발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행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전쟁 도발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에 맞대응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은 거의 불을 보듯 확실하고, 영공을 침범당한 일본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괌 위협을 겨냥해 "북한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을 이끌 어떤 행동도 고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의 합동 군사력은 지구 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잘 훈련되고 튼튼한 방어력과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북한이 도발한다면 압도적 군사력으로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경고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이어 나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사실상 최후통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계획까지 마련했다는 NBC 방송의 보도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괌 기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0여 곳의 북한 미사일 기지와 지원시설을 타격한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말 폭탄'에그치지 않고 자칫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에서 화성-12형이 3천356.7㎞를 1천65초(17분 45초)간 비행한 뒤 괌 주변 해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행 거리를 100m, 비행시간은 초 단위까지 밝힌 것은 미사일의 정밀성을 과시하려는 것이겠지만 과장됐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4발의 미사일이 괌 주변 해역을 포위하듯이 탄착하려면 비행 거리와 시간이 같을 수 없다. 또 "이번 괌도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북한 내부를 향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에서 "내부결속용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미북 사이에 거친 말 폭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너무 차분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의 안보 상황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외신마저도 의아해할 만큼 '차분한' 것은 안보 불감증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정부가 안보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가능한 선에서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 정부와 언론은 곧 전쟁이라고 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우리 정부만 별일 아니라고 하면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국민이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정부의 대응 태세도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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