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기 호황에 적층세라믹콘덴서 몸값 '껑충'
반도체 전기 공급 부품…자율주행차·스마트폰 고사양화로 수요 증가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반도체 시장이 장기 호황(슈퍼 사이클)을 맞이하면서 반도체를 지원해주는 부품인 MLCC(적층 세라믹 콘덴서)의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9일 전자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2002년 이후 약세를 보이던 IT(정보기술)용 MLCC의 가격(ASP·평균 판매단가)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MLCC란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AP·IC 등)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전자부품이다.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0.3㎜)와 비슷한 0.4×0.2㎜부터 5.7×5.0㎜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사람이 들어본 적도 없는 부품이지만 최신 스마트폰에는 1천여개 정도가 들어가고, TV나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거의 다 쓰인다.
육안으로는 점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다.
크기는 작게 하면서 저장할 수 있는 전기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게 핵심 기술력으로, 초소형·고용량의 고사양 MLCC는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009150], 일본 다이요 유덴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MLCC는 재료, 제조기술, 설비 등에서 진입장벽이 높아 중국 업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말했다.
MLCC는 반도체가 적절히 작동하도록 돕는 수동부품인 만큼 반도체가 고성능화하고 쓰이는 반도체 수가 늘수록 더 많이 필요해진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성능 MLCC 역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용 수요와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에 따른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7조원 규모인 전 세계 MLCC 시장의 70%를 점유한 일본 무라타, TDK, 다이요 유덴 등 3사가 올해 상반기부터 MLCC 생산능력을 스마트카(전장)용으로 대폭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업체들이 MLCC 시장의 중장기 성장축을 자율주행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스마트폰의 약 5배인 3천여개, 전기차에는 약 20배인 1만2천여개의 MLCC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등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8'을 기점으로 본격적 고사양 경쟁을 펼치면서 고용량 MLCC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애플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에 고용량 MLCC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2018년 1분기에는 삼성전자(갤럭시S9), 중국 스마트폰 업체 등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고용량 MLCC의 탑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IT용 MLCC는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으로 전환돼 내년에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기는 MLCC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필리핀과 중국 톈진에 생산라인을 증설해 올해 초부터 본격 가동에 나섰다.
또 부산의 IT용 MLCC 생산라인도 일부를 자동차용 전용라인으로 새로 구축하는 중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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