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폭염…여기저기 열사병, 가축·어패류 폐사 속출 '재앙수준'
연일 폭염에 전국 온열 질환자 1천284명 발생
가축도 213만2천마리 폐사, 양식장 물고기도 떼죽음
(전국종합=연합뉴스) "너무 더워서 아예 밖에 못 나가겠어요. 이 정도 날씨면 거의 재앙 수준입니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이어지자 전국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령의 노인들이 탈진과 일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고, 더위에 맥을 추지 못한 가축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이 지글지글 끓는 최악의 폭염은 사람과 동물을 생존 위기 수준까지 몰아넣었다.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1천284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6명은 사망했다.
전날 오후 2시 30분께 경남 거제시 사등면 사등리의 한 밭에서 일하던 60대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숨진 여성은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은 폭염 속에 밭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오후 2시 10분께는 충남 홍성군 은하면 한 주택 마당에서 80대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역시 낮 최고기온이 33.7도에 달하는 무더위에 텃밭을 가꾸다 화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온열 질환은 보통 노약자나 어린이 등 신체 기능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퇴화하는 연령층에서 발생한다"며 "폭염 때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온열 질환자를 발견하면 체온을 즉시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도 폭염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가축 213만2천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닭이 200만 마리로 대부분이고 오리 3만5천 마리, 메추리 1만 마리, 돼지 9천 마리 등이다.
현재까지 농작물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폭염이 지속하면 엽소(잎이 타는 현상), 일소(햇빛 데임 증상), 착색 불량, 알갱이 터짐, 꼭지 틀림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봤다.
양식장도 높아진 수온에 비상이 걸렸다.
바닷물이 뜨거워지자 전날 부산 기장군 육상양식장 2곳에서 넙치 8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앞서 5일에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장 5곳에서 넙치 6만9천 마리가 죽었고 6일에는 경북 포항 양식장 6곳에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3만6천여 마리가 고수온 현상으로 폐사했다.
대표적 양식어종인 넙치의 경우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 수온'이 32도로 알려졌지만, 29도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어류는 대부분 온대성이어서 수온이 높아지면 대사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과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번 폭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 등 29개 시·군에는 폭염경보가, 서울 등 100개 시·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후에 내륙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리면서 기온이 전날보다 낮아지겠다"면서도 "당분간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열대야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건강과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호천, 최수호, 조정호, 지성호, 김소연, 임채두, 정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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