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鄭은 단일화 말 아껴…'安출마 갈등에 비전경쟁 실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동호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반안(반안철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주목된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전대 출마와 관련한 내홍이 지속하면서 당권 주자들 간에 새로운 진로와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경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조배숙·장병완·황주홍·박준영·이상돈·장정숙 의원은 8일 여의도 모처에서 정동영 의원과 함께 조찬 모임을 하고 전날 안 전 대표와의 면담 상황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정 의원에게 천 전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주홍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결선투표가 도입됐지만 8월 27일까지 안 전 대표에 맞서는 두 후보가 각자 경쟁하는 구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장병완 의원은 "안 전 후보가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당연히 그 문제(후보 단일화)가 대두할 수밖에 없다"며 "천정배·정동영 둘 다 단일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당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며 오히려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려면 선제적으로 두 후보간 세력을 규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천 전 대표와 정 의원 측은 모두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섣부르게 단일화를 언급했다가 자칫 안 전 대표의 우위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동교동계 원로들이 속해있는 고문단은 이날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통해 안 전 대표에게 전대 출마 철회를 호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홍기훈 전 의원은 회동 후 "대선 패배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본인이 소방수로 나서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봐서 합당치 않다는 것이 전체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이 안 전 대표를 만나 이런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2012년 DJ(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동교동계란 말은 암울한 시대 민주화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젠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고문단이 동교동계로 보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안 전 대표 출마 찬반을 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번 전대의 핵심인 당 재건과 혁신 방향에 대한 논의가 묻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명길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현역의원 중 안 전 후보를 지지하는 분이 15분 정도 된다"며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여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했던 분들이 안 전 후보 출마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황주홍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전날 안 전 후보와 면담을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거부했다는 것 아닌가. 안 전 후보가 그 정도였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공상과 허상으로 자기세계를 구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황 의원은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고, 이날 장정숙 의원도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정동영 의원과 이날 저녁, 안철수 전 대표는 8일 각각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기로 하는 등 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천정배 전 대표는 따로 관람 계획은 없지만,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해당 영화의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매를 버는 노이즈마케팅"이라며 "5.18진상규명특별법을 빨리 처리해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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