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총리 연설문 VW에 미리 보여줘…입맛에 맞게 수정" 파문(종합)
사민당 "터무니없는 음모" 對 야당 "사퇴하라" 공방 속 선거영향 저울질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독일 최대 주(州)인 니더작센주 슈테판 바일 주총리가 폴크스바겐(VW) 사태 관련 의회 연설문을 사전에 VW 측에 보여줬으며 이 과정에서 VW 입맛대로 내용이 수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사퇴를 촉구한 반면 바일 주총리와 그의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적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주요 정당은 주 의회 해산이 거론되는 시점이자 내달 연방 총선을 앞두고 터진 이번 사건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파 일간지 빌트는 최근 중도좌파 사민당 소속 바일 주 총리가 2015년 10월 VW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과 관련한 의회 연설을 하면서 VW 측의 요청으로 비판의 강도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바일 총리가 사전에 연설문 초안을 VW 경영진에게 보여줬고, VW 측이 자사에 비판적인 부분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바일 총리는 미국 등에서 민형사 절차가 진행되던 사건인데다 중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해 연설문에 담긴 법적 문제와 사실관계의 정확성을 확인해줄 것을 VW 뿐만 아니라 변호사를 비롯한 주변 전문가에게도 사전에 요청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또 VW의 배출가스 조작을 비판하는 연설문 초고의 기조와 핵심 내용이 수정 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면서 터무니 없는 비판이라고 반박했으며, 랄프 슈테그너 사민당 부당수는 선거를 앞둔 시점의 음모론적 정치공세라고 거들고 나섰다.
반면 녹색당의 쳄 외츠데미어 당수는 "바일 총리의 정책연설이 VW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면 이는 우리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배출가스 조작사건 주의회 조사위원장인 좌파당의 헤르베르트 베렌스 의원은 "통제 대상에게 연설문을 보여준 자체가 엄청나고 황당한 일이라며 "니더작센주의 진정한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대 야당인 중도우파 기독교민주당(CDU) 측은 일단 당 차원에선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기민당과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사무총장은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추문"이라며 주 총리 사퇴를 촉구했다.
기민당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사민당 이상으로 주요 자동차 회사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자동차회사 종업원들의 표심을 의식해서다.
이번 사건은 조만간 결정될 니더작센주 의회 해산 및 선거 뿐만아니라 내달 연방 총선에서 사민당에는 정치적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내달 24일 실시될 연방 총선에서 사민당은 총리직 4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제1당 지위를 놓고 다투고 있다.
독일 인구의 근 10%를 차지하는 니더작센주에선 지난 4일 녹색당 소속 엘케 트베스텐 주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기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밝혀 불과 1석 차이로 주의회 다수를 차지해온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주 의회는 오는 16일 의회 해산과 조기 선거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9월 연방 총선과 같은 날 주 의회 선거도 실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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