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남중국해 '불협화음'…中에 "강력 대처"vs"온건 대응"
베트남 "심각한 우려 표명해야"…필리핀 등 친중 회원국 "대중 관계 고려해야"
10개국 외무장관 공동성명 발표 지연…아세안 의장국 필리핀 '탈미 친중' 영향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아세안은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10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었으나 남중국해 사태 대응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다.
다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별도 성명만 발표했다.
이번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적 팽창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는 베트남과 이에 반대하는 아세안 의장국 필리핀이 정면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은 공동성명에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와 관련, 이런 건설 행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문구를 담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아세아 관련 회의의 각종 성명에 담았던 이 문구가 올해는 빠지자 베트남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베트남은 최근 남중국해 자원탐사에 나섰다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있는 베트남 군사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중국의 위협을 받고 한 달여 만에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국의 갈등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필리핀과 캄보디아, 라오스 등 친중 아세아 회원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며 온건한 대응을 주장했다.
한 외교관은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한 표현을 요구하지만, 필리핀과 캄보디아는 이를 공동성명에 반영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아세아 관련 포럼에서 남중국해 당사국들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 교역, 외국인투자, 관광 등의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6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과 함께 '탈미 친중' 외교노선을 선언하며 중국과의 경제·방위 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필리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5일 밤 예정에 없던 비공개 회동을 하고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으려고 2002년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후속조치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을 놓고도 삐걱대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 공동성명에 COC가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명시할 것을 주장하지만, 친중 아세아 회원국들은 부정적 태도다.
중국과 아세안은 COC의 초안 틀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세부 조항 협의에 나설 계획이지만 중국은 COC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추가 협의를 거쳐 공동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세안의 친중 성향이 짙어져 대중 강경 표현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필리핀은 7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월 말 마닐라를 방문,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과 회담을 한 뒤 필리핀과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역외세력의 남중국해 분쟁 개입 시도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것을 요구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필리핀이 중국에 동조하는 성명을 낼 경우 미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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