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지막 단계 희망 치료' 의식조사 실시키로
회복 불능시 희망 치료법 '서면화' 찬성 70%…실제 작성자는 3% 불과
50% 이상 자택서 "최후" 희망 불구… 75% 병원서 사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의학계에서 말기 환자나 노쇠환자에게 항생제 등을 이용한 적극 치료 대신 통증 완화 등을 위주로 하는 완화치료를 권장하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회복전망이 없는 질병의 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치료를 희망하는지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후생노동성은 3일 검토회를 열어 환자 자신이 판단할 수 없게 될 경우에 대비해 본인이 희망하는 치료방법을 문서로 만들어 두고 있는지, 가족 간에 미리 이야기해놓고 있는지 등에 관한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택에서 평온하게 죽음을 맞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결과를 정책개선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후생성은 1992년 이후 대략 5년 주기로 이런 종류의 조사를 해오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생명유지는 가능해졌지만 위에 관을 꽂아 영양을 공급하는 방식 등은 환자에게 오히려 고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치매 등으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가족이 임의로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3년 조사에서는 남녀 5천 명에게 조사표를 우송해 2천179명의 회신을 받았다. 본인의 희망을 서면으로 남기는 데 찬성한 사람이 70%에 육박했지만, 이중 실제로 문서를 작성해 두고 있는 사람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에 이야기를 해 두고 있다는 사람도 42%에 그쳤다. 말기 암으로 통증이 없고 의식이나 판단력이 건강할 때와 마찬가지일 경우 70% 이상이 자택 요양을 희망했다. 질병이나 부상이 악화할 경우 57~78%가 삽관 등을 통한 영양 공급이나 인공호흡 등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후생성의 이날 검토회에서는 환자의 가치관과 목표를 주위 사람들이 공유해 치료에 활용하는 외국 사례 등이 소개됐다. "외국 사례를 국내에서도 확산하도록 해야 한다"거나 "좀 더 솔직하게 죽음과 마주할 수 있는 환경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검토회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일본 의학계에서는 호흡기학회가 지난 4월 사망자가 많은 폐렴의 새로운 진료지침에 나이가 많은 노쇠환자 등에게는 폐렴 치료의 기본이 되는 항생물질을 적극 투여하기보다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치료를 선택지의 하나로 추가했다.
일본 심부전학회도 작년 가을에 마련한 제언에서 75세 이상 고령자의 만성심부전을 "암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악성 질환"이라고 지적하고 말기에는 병원에 입원해 강심제 투여를 계속하는 치료법을 수정해 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완화치료를 중심으로 삼도록 하는 내용을 지침에 포함시켰다.
일본 임상구급의학회도 올해 들어 소생할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심박정지상태에 빠져 주위 사람이 119 신고를 한 경우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중지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등 연명치료에 반대하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기자와 요시유키(木澤義之) 고베(神戶)대학 특명교수(완화지지치료과)는 아사히(朝日)신문에 "자택에서 최후를 맞고 싶어하는 사람이 50% 정도 되는데도 실제로는 사망자의 75%가 병원에서 최후를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병하는 가족의 부담을 생각해 병원에서 최후를 맞기를 희망하는 환자도 있어 어렵긴 하지만 본인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가족에게 이야기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해 하면서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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