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웃돈 8천만원 뚝…세종시 거품 빠지나
전세가율 낮아 다주택자 부담 커질 듯…행정수도 이전 등 변수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프리미엄(웃돈)이 8천만원이나 떨어진 아파트가 나왔다.
정부의 8·2 대책이 세종시 아파트 가격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주목된다.
4일 세종시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전날 세종시 소담동 전용면적 59㎡ LH펜타힐스 아파트 매매가가 2억7천만원(3층)에 나왔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당일 기준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3억3천만∼3억5천만원이었으니 하루 사이 8천만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2억원이었지만, 지난 6월 8일 전매제한이 해제된 이후 1억3천만∼1억5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한 달 사이 웃돈이 아파트 가격의 반 넘게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던 아파트 가격이 8·2 대책발표 하루 만에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4억9천900만원(4층)에 거래됐던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이날 4억3천900만원(1층)에 팔렸다.
층수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고려하면 가격이 하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다정동(2-1 생활권) 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권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프리미엄이 1억6천만원에 형성돼 있었지만, 이날 4천만원 떨어진 매물이 나왔다.
세종시 도담동 한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날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분양권 매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그동안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종됐던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최근 등기를 마친 새롬동(2-2생활권) 아파트는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전용면적 59㎡ 소형 평형 아파트의 호가가 5억원까지 오르는 등 정상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3.3㎡당 1천만원 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던 세종시 아파트가 불과 몇 달 만에 2배로 껑충 뛴다는 것은 이상 과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 분양권 상태인 다정동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갭투자가 성행한 서울에서는 이번 대책에도 당분간 주택을 보유하며 관망하겠다는 심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세종시는 상황이 다르다.
월세 수요가 적은 데다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51%(KB국민은행 집계, 7월 기준)로 전국 평균(75.3%)보다 크게 낮아 주택담보대출을 여러 채 받은 다주택자들의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성권 부동산 114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그동안 세종시에서 여러 채의 주택을 갖고 프리미엄 장사를 해온 투기 세력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부부처 추가 이전과 국회 분원 이전, 행정수도 실현 등 개발 호재를 앞둔 만큼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씨는 "현금 보유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본다"며 "이달 말까지는 매수자들도 자금조달 계획을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현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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