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베트남 '냉기류'…도피 기업인 체포 놓고 "납치" vs "자수"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올해로 수교 42주년은 맞은 독일과 베트남의 외교관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베트남이 해외 도피 중인 비리 경영인이 자수했다고 밝히자 독일이 자국에서 베트남 정보기관 요원에 납치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이를 베트남이 재반박하는 일이 벌어졌다.
베트남 공안부는 지난달 31일 수배 중인 찐 쑤언 타인(51) 전 페트로베트남건설 회장이 자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2011∼2013년 각종 규정을 위반하며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건설을 운영, 3조3천억 동(1천633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타인 전 회장은 작년 8월 신병 치료를 들어 출국해 도피생활을 했다.
그는 베트남 공산당 간부로서 남부 허우장 성의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과거 경영비리 혐의로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다.
독일 정부가 지난 2일 타인 전 회장이 독일 주재 베트남 대사관 소속으로 활동하는 정보요원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국 갈등이 불거졌다.
마르틴 셰퍼 독일 외교부 대변인은 "독일 국내법과 국제법을 어긴, 전례 없는 추문"이라고 비판하며 타인 전 회장을 독일로 다시 보낼 것을 베트남에 요구했다.
또 독일 외교부는 주독 베트남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베트남 정보기관 요원을 추방했다.
타인 전 회장의 독일 변호인인 페트라 이사벨 슐라겐하우프는 자신의 의뢰인이 베트남 당국의 정치적 박해 피해자라며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라고 독일 dpa 통신에 말했다.
그러자 베트남 외교부는 3일 독일 정부의 비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타인 전 회장이 자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 티 투 항 외교부 대변인은 이런 입장을 밝히고 베트남과 독일의 전략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타인 전 회장은 3일 오후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 출연해 죗값을 치르기 위해 자수했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TV에 출연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의 파문을 줄이려는 베트남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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