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ARF 남북 외교장관 어떻게 '조우'하나…외교부 고심
정식회담 가능성은 낮아…다양한 옵션 놓고 검토중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내주 필리핀 마릴라에서 열릴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남북 외교장관이 어떤 형태로 '조우'할지 관심을 모은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과거 (ARF 때의) 전례를 보면 여러 계기에 조우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외교부로서는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2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한 뒤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강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남북 외교장관이 정식 양자 회담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렉스 틸러슨 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는 미국 국무부의 2일(현지시간) 발표도 있었기에 한미 공조의 모양새 측면에서도 강경화 외교장관과 리 외무상 간의 남북간 정식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남은 가능성은 '조우'의 형태로나마 짧게 만나 대화를 나눌지 여부다.
외교 무대에서는 조우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다. 선 채로 현안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악수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수도 있으며, 악수와 짧은 인사말만 교환하는 방식도 있다. 물론 같은 회의장에 있지만 악수조차 안하고 외면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악수를 하게 되면 표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언론 취재진이 포진한 공개 장소에서 악수를 함으로써 사진이 공개되게 할지, 아니면 취재진 접근이 불허된 대기실 등에서 조용히 악수할지 등도 고민을 거쳐 검토할 옵션에 포함된다.
외교부는 다양한 옵션 중 어떤 방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할지 막판까지 신중한 검토를 할 전망이다.
우리가 검토한다고 그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상대편인 북한의 호응에 따라 조우의 형식이나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2000년대 이래 ARF를 계기로 한 남북 외교장관 접촉은 당시의 북핵과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ARF 때는 첫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5년, 2007년의 경우 회담에 준하는 수준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과 2011년에는 간단한 대화 수준의 접촉이 이뤄졌고 직전 박근혜 정부 때는 악수를 하고 의례적인 인사 한두 마디를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