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주역 장남 日외무상 임명, 한일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종합)
총리 야스쿠니 참배 이견 내기도…ARF 한일외교장관회담 관심
방위상엔 "적기지 공격능력 갖춰야" 오노데라…군국주의화 가속 우려
(서울·도쿄=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김병규 특파원 = 위안부 제도 운용과 관련한 일본 군과 정부의 관여를 인정한 고노(河野)담화(1993년) 주역의 장남이 일본의 외교 수장으로 발탁됨에 따라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본 정부가 3일 새 외무상으로 발표한 고노 다로(河野太郞·54)는 1993년 위안부 제도를 운용하는데 군과 관헌이 관여했음을 인정하는 내용의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위원 의장의 아들이다.
이 담화로 고노 전 의장은 국제적으로는 '양심 인사'로 통용되지만 일본 우익으로부터는 '매국노'로 몰렸다. 고노 전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고노는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총리가 참배하는데 부정적인 견해를 강조하는 등 자민당 내에서 비둘기파 정치인으로 통한다. 또 한일 의원외교 조직인 일한(日韓)의원연맹에서도 활동해왔다.
일본 새 외무상의 이런 배경과 경력으로 볼 때 향후 한일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나, 그런 관측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부친과는 달리 아들 고노는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에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2015년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입각한 직후 고노담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얼버무린 적이 있다.
2013년에는 "종군위안부문제의 거짓말을 퍼트린 녀석이다"라고 공격하는 트위터 글에 "내가 뭔가를 했나"라며 아버지와 자신의 입장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도쿄 외교가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고노 다로를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이 한일관계를 전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잇따라 아베 총리 자신의 권력남용 스캔들로 지지율이 위험수위로 떨어진 상황에서 고노 다로의 개혁적 이미지를 활용해 지지율 반등과 정권 안정을 꾀하려는 인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노 다로가 위안부 강제연행 부정에 주력해온 아베 총리의 내각에 새 외상으로 몸담은 이상 운신의 폭이 크지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그럼에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이견을 보인 그의 역사인식,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던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서적 영향 등은 향후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 논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는 존재한다.
특히 고노 신임 외상 취임으로 '한일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우선 이달 6∼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가 재작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황에서, 그와 관련해 한일 외교장관 간에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피해자 인권의 중요성 등에 대해 양국 장국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지 촉각을 모은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개각에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후임으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전 방위상을 임명해 외교안보 라인 모두를 교체하게 됐다.
오노데라 신임 방위상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적(敵)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강경파라서 일본이 군사대국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그는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해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 관리와 만나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필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도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순간에 일본과 미국이 반격을 하게 되면, 북한은 공격을 주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방위상 물망에 오른 최근에도 "전수 방위 범위 내에서 자위대 장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일본이 적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이나다 전 방위상과 마찬가지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 회원이기도 하며 개헌을 추진하는 극우들의 모임인 일본회의를 지원한 바 있다.
jhcho@yna.co.kr,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