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탈당 거제시장…민주당 입당 안하나 못하나
권민호 "입당 후 도지사 출마", 민주 거제지역위 "입당 반대"…넉달째 설왕설래 이어져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 전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권민호 경남 거제시장의 민주당행(行)을 놓고 넉달째 설왕설래만 이어지고 있어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권 시장은 지난 4월 1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경남이 자유한국당 텃밭인데다 거제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란 점에서 권 시장 탈당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탈당을 전후로 권 시장은 "민주당으로부터 입당 권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탈당 후 넉달이 돼 가는데도 권 시장은 여전히 무소속이다.
권 시장은 아직 민주당에 입당원서를 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양동인 거창군수가 민주당 입당을 밝히는 기자회견 후 불과 일주일여만에 입당 절차가 완료된 점과 비교하면 입당이 늦어지는 중대한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양 군수는 입당전 무소속 신분이어서 민주당이 받아들이기에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양 군수는 또 입당 기자회견 전 미리 민주당 산청·함양·거창·합천지역위원회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지역위원회가 양 군수 입당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면서 이후 당원자격심사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했다.
그러나 권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지역 민주당 조직은 권 시장 입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달 권 시장 입당 반대 성명서를 냈다.
중앙당에도 입당반대 입장을 공식 문서로 전달했다.
거제지역위원회는 "보수정당에서 경남도의원, 거제시장 재선을 한 권 시장의 행보와 정책수단, 언행은 민주당 신념과 가치,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권 시장 입당은 아무런 명분과 실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일시적 변신을 외연확장, 통합이란 논리로 포장하면 안된다"고 재차 비판했다.
권 시장은 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허겁지겁 민주당에 입당할 할 이유는 없다"며 "입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영입케이스로 들어가는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개별 입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영입하려는 다른 시·도 인사들과 함께 일괄입당하는 절차를 중앙당이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입당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튼튼해지려면 문호를 더욱 넓혀야 한다"며 "입당을 막을 근거도 없고 제가 시정을 잘못하거나 도덕성을 상실한 것도 아닌데 들어오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오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입당 후 내년 경남지사 선거에 도전할 뜻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경남지사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마음에 두고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치적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지금은 시장 임기가 1년 정도 남아 있고 거제지역에 큰 사업이 많아 시정을 바르게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선이다"고 정리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입당과 영입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당이 인재영입 케이스로 받아들인 사람은 당원자격심사 없이 당원이 된다.
중앙당이 영입한 만큼 지역에서 반대가 있어도 막기가 힘들다.
그러나 본인이 원해서 민주당에 들어오는 입당은 당내 당원자격심사 결과에 따라 입당이 반려될 수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권 시장 입당은 중앙당이 관여해 도당에서는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정리했다.
권 시장이 민주당에 입당하면 경남 시장·군수 18명 가운데 허성곤 김해시장, 양동인 거창군수에 이어 세 번째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 된다.
권 시장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냈다.
2010년, 2014년 거제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간판으로 연속 당선된 재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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