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은 뇌의 철분 과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은 뇌의 철분 과다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멜버른대학 플로리 신경과학·정신건강연구소(Florey Institute of Neuroscience and Mental Health)의 스콧 에이튼 박사는 철분이 뇌에서 "녹슬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일간 익스프레스 인터넷판 등이 1일 보도했다.
따라서 뇌에서 철의 산화에 의해 생긴 '녹'을 철 흡착제로 제거하면 치매를 지연시키거나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에이튼 박사는 주장했다.
117명을 대상으로 6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측정하고 뇌에 철분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MRI로 검사하면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철분의 수치가 장기적으로 인지기능 저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참가자 중 56명은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높았다.
전체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와 철분의 수치가 모두 높으면 인지기능이 급속히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수치는 높은데 철분 수치는 낮은 사람은 인지기능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철분 수치가 높은 사람들의 급속한 인지기능 저하는 특히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철분 수치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언어 기능과 연관이 있는 측두엽과 전두엽에서도 철분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에이튼 박사는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를 억제하는 약은 여러 종류가 개발돼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거쳤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베타 아밀로이드 이외의 그 어떤 다른 요인이 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 다른 요인으로 바로 뇌의 철분 과다를 지목했다.
철분은 체내에서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라는 부산물이 생겨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양날의 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를 근거로 그의 연구팀은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철분 흡착제인 데페리프론(deferiprone)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5년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만약 뇌의 철분 감소가 치매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60세 이상의 정규 건강검진 항목에 비교적 값싸고 신속하게 결과를 알 수 있는 MRI를 통한 뇌 철분 검사를 추가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에이튼 박사는 말했다.
MRI 검사에서 철분 수치가 높게 나오면 그다음엔 값비싼 PET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검사를 진행하면 치매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철분 수치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 섭취나 혈중 철분 수치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혈중 철분 수치는 치매 위험의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에이튼 박사는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뇌과학 전문지 '뇌'(Brain)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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