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귀 감독 등, 하키협회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남자하키 국가대표팀 지도자들과 대한하키협회가 감독 경질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협회가 '성적 부진'을 들어 계약기간이 남은 감독과 코치들을 돌연 일괄 해고하자, 지도자들은 협회가 투자나 지원도 없이 몇 개월 만의 훈련 성과만으로 해고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일 김영귀 전 대표팀 감독과 하키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6월 28일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지난달 5일 이사회를 거쳐 김 전 감독과 송성태·이정재 전 코치를 해고했다.
협회가 이들의 해고를 결정한 것은 6월 15∼2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남자하키 월드리그 3라운드 대회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당시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4전 전패한 후 9·10위 결정전에서 스코틀랜드를 이겨 9위로 대회를 마쳤고, 4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협회는 귀국한 김 전 감독의 결과보고 직후 경질을 통보했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로 돼 있는 계약기간을 1년 이상 남긴 상태였다.
협회 측은 2015년 8월 감독 선임 계약 당시 계약 목적에는 '국제대회에서 메달 및 상위입상'이 명시돼 있는데 김 전 감독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주장했다.
정서상 성적을 내지 못하는 지도자가 물러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김 전 감독은 실질적으로 남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것은 올해 초부터이고 협회의 지원 부족과 선수들 소속팀 경기 등으로 인해 실제 훈련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협회 측은 지난 2015년 계약 당시 김 전 감독은 대표팀 지원 등 관리를 총괄하는 대표팀 '매니저'로, 독일인 지도자인 폴 리섹 코치를 선수 선발 등 대표팀 훈련을 전담하는 '헤드코치'로 역할을 구분해 임명했다.
따라서 그동안은 사실상 리섹 코치 지도체제로 대표팀이 운영되다가 지난해 말 리섹 코치가 해임된 이후에야 김 전 감독이 대표팀을 실질적으로 맡게 됐다는 것이 김 전 감독 측의 설명이다.
전임 집행부에서 세대교체를 이유로 일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대표팀에서 배제한 상태에서 올해 협회가 해외 전지훈련이나 A매치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 여러 선수들이 A매치 경험도 없는 채로 대회에 출전해야했다고 김 감독은 말한다.
김 전 감독은 "한국 남자하키는 선수 노령화와 얕은 기반으로 인해 더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상황"이라며 "3∼5년 뒤 미래를 내다보고 세대교체를 단행했으면 시간과 지원이 필요한데 협회는 인내심 없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비인기종목의 한계를 극복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까지 딴 남자하키는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에도 실패하는 등 지속적인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 때문에 감독과 코치들은 월드리그에서의 성적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전임 집행부 흔적 지우기 차원에서 해고가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질 사유뿐 아니라 절차의 부당성도 문제 삼아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하키협회는 기본적으로 경질 사유나 절차는 정당했다는 입장이며, 감독계약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이 아니어서 부당해고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중노위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한진수 하키협회 전무이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지도자들과 만나서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키협회는 김 전 감독 등을 해임한 이후 공모를 통해 지도자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전임 지도자 경질을 둘러싼 분쟁이 끝나기 전까진 정식 선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월드컵 마지막 티켓이 걸린 오는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이달 초로 예정됐던 남자하키 대표팀의 소집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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