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번째…넥센, 이해하기 힘든 트레이드 배경은
10년 동안 21번 트레이드…같은 기간 최다
넥센 "남들과 똑같이 하면 우리는 망한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7시즌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일인 31일, 넥센은 올해 4번째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창단 후 21번째 트레이드다.
넥센은 주전 마무리 우완 김세현과 대주자 전문요원 유재신을 보내는 대신, KIA로부터 좌완 유망주 손동욱과 이승호를 받는 2 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로써 넥센의 2017년은 창단 10년 만에 가장 많은 트레이드를 성사한 한 해가 됐다. 넥센은 올해 시범경기 기간 중 강윤구↔김한별(NC)을 시작으로 5월 김택형↔김성민(SK), 7월 윤석민↔정대현·서의태(kt)에 이어 이날 트레이드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선수 이동에 앞장섰다. 고형욱 넥센 단장은 "올해는 공격적인 걸 넘어서 전투적으로 트레이드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넥센의 트레이드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넥센은 1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남긴 선수를 내주면서 상대 팀의 유망주를 영입했다.
2009년 1차 지명 출신인 강윤구는 넥센 구단에서 한때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묶었던 선수다. 비록 기복이 심하긴 했지만, 1군에서 100경기 넘게 활약하며 넥센 마운드의 미래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선수가 이름도 낯선 김한별과 1 대 1 트레이드 됐다. 프로 2년 차 김한별은 1군은 물론이고 2군 경기마저 등판기록이 전무한 선수다.
김택형↔김성민 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다. 김택형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로 염경엽 전 감독은 "제2의 양현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선수다.
반면, 김성민은 2017년 SK에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투수다. 김성민이 최근 선발진에서 호투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트레이드가 됐지만, 트레이드 성사 당시에는 무게추가 기운다는 평이 많았다.
이달 초 벌어진 윤석민↔정대현·서의태 트레이드는 가장 많은 뒷말을 남겼다. 윤석민은 어느 팀에서나 중심 타선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마땅한 주전 1루수가 없는 넥센 사정을 고려하면 급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할 선수도 아니었다. 윤석민과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대현의 통산 성적은 13승 31패 평균자책점 6.61, 프로 2년 차 서의태는 1, 2군 모두 등판 경험이 없다.
작년 36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한 김세현 역시 넥센의 트레이드 카드였다. 넥센이 김세현에 유재신을 더해 받아 온 선수는 프로 5년 차 좌완 손동욱과 올해 입단 직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좌완 이승호다.
이러한 방식의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 보통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팀이 주축 선수를 내놓으면서 그 대가로 상대 핵심 유망주를 받아 온다.
그러나 올해 넥센의 트레이드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단 올해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 사정권이다. 트레이드 상대인 KIA와 SK, NC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이 때문에 몇몇 구단에서는 넥센의 이번 시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고 '왜 경쟁 구단에 좋은 일을 시켜 주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고 단장은 공개한 트레이드 명세 외에 숨기는 건 없다고 강조하며 "우리 팀은 다른 팀과 똑같이 가면 죽는 수밖에 없다. 차별화해야 한다. 2018년부터 2~3년 동안 일을 낼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레이드는 KBO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성사된다.
KBO는 구단이 제출한 트레이드 승인 요청 서류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 뒤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보통은 구단 간 합의가 그대로 트레이드로 이어지지만, 2008년 KBO는 박성훈·현금 30억원(삼성)↔장원삼(넥센) 건을 승인 거부하기도 했다.
KBO 관계자는 "현금 트레이드가 규정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예전 쌍방울처럼 리그 균형을 심각하게 저해하면 KBO에서 나서서 제지할 수 있다"며 "올해 넥센의 트레이드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 구단이 제출한 자료를 신뢰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히어로즈 구단 역대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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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상대│이적 선수 │영입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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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LG │이택근│박영복, 강병우, 현금 25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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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두산│이현승│금민철, 현금 1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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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삼성│장원삼│김상수, 박성훈, 현금 20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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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2 │한화│마일영│마정길, 현금 3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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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20 │롯데│황재균│김민성, 김수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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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롯데│고원준│박정준, 이정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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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31 │LG │송신영, 김성현│박병호, 심수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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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1 │SK │전유수│최경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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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9 │두산│오재일│이성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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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8│NC │김태형│임창민, 차화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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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18 │NC │지석훈, 이창섭, 박정준│송신영, 신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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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18 │LG │최경철│서동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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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두산│장민석│윤석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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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0 │KIA │김병현│김영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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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8 │한화│이성열, 허도환│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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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22 │삼성│김대우│채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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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6 │KIA │서동욱│무상 트레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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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17 │NC │강윤구│김한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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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18 │SK │김택형│김성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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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7 │kt │윤석민│정대현, 서의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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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1 │KIA │김세현, 유재신│손동욱, 이승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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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삼성과 장원삼 ↔ 박성훈·현금 30억원 트레이드는 KBO 승인 거부로 무산.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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